코로나 前부터 휘청, 기안기금 명분 안 맞아… 수만명 일자리 걸려 정부 고민
쌍용자동차 최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 그룹이 쌍용차에 대한 지배권 포기를 시사했다. 이에 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내외에서 판매 부진을 겪고 있는 쌍용차의 앞날에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
14일 자동차 업계와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쌍용차 이사회 의장인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은 이틀 전 기자들과 만나 “쌍용차는 새 투자자를 필요로 한다”며 “투자자를 확보할 수 있을지 모색 중이다”고 밝혔다. 아니시 샤 마힌드라 부사장도 “새 투자자가 생기면 우리 지분율이 내려가고 투자자가 우리 지분을 살 수 있다”고 거들었다. 마힌드라는 2011년 쌍용차를 인수해 현재 7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쌍용차는 올해 1분기에 약 2,000억원의 순손실로 13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마힌드라의 쌍용차 철수설은 지난 4월 이사회에서도 제기됐다. 당초 검토했던 쌍용차에 대한 2,300억원의 투자 계획을 백지화하고 400억원 규모의 일회성 특별자금만 투입하기로 결정하면서다. 당시에도 쌍용차 철수를 위한 수순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쌍용차에 대한 새 투자자 찾기가 불투명한 게 현실이다. 최근 코로나19로 세계 자동차 산업이 크게 위축된 탓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마힌드라의 쌍용차 포기 검토 발언은 결국 한국 정부와 채권단의 지원을 노린 압박성 전략이 아니겠냐는 분석도 나온다.
쌍용차는 현재 정부의 기간산업안정기금 가운데 2,000억원 규모의 지원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지원한다는 기간산업안정자금의 적용 원칙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쌍용차는 올 1분기까지 1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휘청거렸다.
정부도 고민이다. 쌍용차가 고용이나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쌍용차에 근무하는 직원은 5,000명 정도다. 여기에 판매망과 1~3차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수만 명의 일자리가 걸려 있다. 최근 “쌍용차를 재무적인 관점에서 볼 건지, 다른 파급효과까지 같이 볼 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전한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의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쌍용차가 2009년 법정관리에 들어갔을 때와 지금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쌍용차에 납품하는 1차 협력 업체는 219개다. 이 중 적지 않은 업체들이 쌍용차 뿐 아니라 현대차 등 다른 완성차 업체와 거래한다. 2009년 큰 피해를 본 협력업체들이 쌍용차의 의존도를 낮췄기 때문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쌍용차 위기가 협력업체에 미치는 영향을 2009년과 직접 비교할 수 없다”면서도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정부 입장에서 더 부담스러운 건 고용 문제다”라고 진단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일자리 지키기’를 강조하는 현 정부가 어떤 형태로든 쌍용차 지원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해석이다.
쌍용차는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꺼야 하는 형편이다. 다음 달 6일(700억원)과 19일(200억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빌린 대출을 갚아야 한다. 쌍용차는 조만간 대출만기 연장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은행권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어려움을 겪는 기업대출을 연장해주는 분위기다. 다만 산은이 지난해 12월처럼 대출금의 일부(200억원)만 연장해 줄 수도 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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