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육사 졸업식서 “세계의 경찰 안 해”… 주한미군 감축 등 진의 주목
“미국인 위협 땐 주저 없이 행동” … 대미공세 강화 北엔 경고 메시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먼 나라의 분쟁 해결은 미군의 책무가 아니다”면서 “‘세계의 경찰’ 역할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또 “미국인이 위협받는다면 주저 없이 행동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원론적인 언급이지만 주독미군 감축 추진에 이은 주한미군 등의 감축 가능성 거론, 북한의 대미ㆍ대남 공세 강화 등과 맞물려 그 진의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욕주(州) 소재 육군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 졸업식 연설에서 “우리는 미군의 임무가 다른 나라의 재건이나 오래된 분쟁의 해결이 아니라 외부의 적으로부터 우리나라를 강력하게 보호하는 것이라는 보편적 원칙을 회복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미국의 필수 이익을 지키는 데 다시 분명한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세계의 경찰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미국 우선주의ㆍ신(新)고립주의’ 노선을 재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방위비 문제 등에 대한 불만으로 주독미군 9,500명 감축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 한국을 포함한 해외 주둔 미군의 감축 가능성을 언급한 직후여서 경우에 따라 파장이 커질 수 있다. 대선을 의식해 방위비 협상 등에서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꺼내 들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리의 적들에게 알리겠다”면서 “우리 국민이 위협받는다면 우리는 결코 행동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부터 우리가 싸운다면 오로지 이길 것”이라고 강조한 뒤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의 어록을 인용해 “전쟁에는 승리를 대체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는 특정한 대상을 지목한 건 아니지만 최근 북한이 사실상 남한과의 관계 단절을 선언하고 미국에 대해서도 맞대응할 힘을 키우겠다고 공언한 데 대한 경고성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리선권 북한 외무상은 6ㆍ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2주년 당일 “다시는 아무 대가도 없이 미국 집권자에게 치적 선전 보따리를 던져주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고,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13일 “확실하게 남조선 것들과 결별할 때가 된 듯하다”고 위협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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