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어렵게 개막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가 이번엔 ‘날씨’에 발목이 잡혔다. 12일부터 사흘간 치러질 예정이던 에쓰오일 챔피언십은 폭우와 짙은 안개로 인해 결국 2라운드를 다 마치지 못한 채 중단됐다. 이로써 이 대회는 KLPGA 투어 사상 공식대회로 인정받지 못한 두 번째 대회가 됐다.
대회조직위원회는 14일 제주 엘리시안 제주 컨트리클럽(파72ㆍ6,336야드)에서 열린 제14회 에쓰오일 챔피언십(총상금 7억원)을 1라운드만 마친 채로 종료했다. 공식 대회로 인정되지 않은 만큼 우승자는 없다.
최진하 KLPGA 경기위원장은 “2라운드 종료를 위해 4시간 가량이 필요한데, 기상관측시스템 등을 동원해 분석한 결과 14일 오후는 물론 15일 오전까지 대회 진행 여부가 불투명했다”며 “조직위는 결국 1라운드만 마친 채로 대회를 종료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는 날씨 때문에 고역을 치렀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3일부터 이날까지 제주를 비롯한 남부지방에는 많은 비가 예상됐다. 실제로 13일 대회장 주변에는 짙은 안개가 끼고 폭우, 낙뢰 등이 내려쳐 2라운드를 5시간 지연된 낮 12시에야 시작할 수 있었다. 다행히 경기는 진행됐지만 오후 7시 20분쯤 일몰로 경기는 중단됐다. 최혜진을 비롯한 오후조 선수들은 남은 경기를 14일로 미뤄야 했다.
14일도 기상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예상보다 이르게 비가 그치긴 했지만, 그 이후 짙은 안개가 골프장을 덮었다. 가시거리는 홀을 찾기도 어려울 수준으로 짧아졌다. 결국 조직위는 오전 9시 회의를 열고 3라운드를 취소, 경기를 2라운드(36홀)로 축소하기로 했다. 지난해에도 이 대회는 안개 탓에 3라운드가 취소됐는데 이로써 2년 연속 2라운드만 치르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축소 이후에도 반복해 연기 결정이 내려졌고, 결국 조직위는 종료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이 대회는 공식 대회로 인정받지 못한 사상 두 번째 대회가 됐다. KLPGA 규정상 36홀을 마치지 못하면 대회가 정상 인정받지 못하는데, 모든 선수가 18홀까지만 치른 상황에서 대회 취소 결정이 내려지며 공식 대회로 성립되지 못했다. 이는 2012년 MBN 김영주골프 여자오픈 대회 이후 처음이다.
우승을 향해 가던 ‘디펜딩 챔피언’ 최혜진(21ㆍ롯데)은 아쉬움이 크다. 최혜진은 1라운드 단독선두에 이어 13일 치러진 2라운드 전반전에서도 보기 없이 버디 3개를 묶어 3타를 줄이며 단독 선두를 향해 순항하고 있었다. 후반에 두 타만 줄여도 대회 우승과 생에 첫 타이틀 방어에 성공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물론 13일 2라운드를 마친 선수 중 단독 선두를 차지하고 있던 김지영(24ㆍSK네트웍스)도 아깝긴 마찬가지다. 김지영은 2라운드에 8언더파 64타를 치며 총 12언더파 132타로 단독 선두에 올라 있었다. 비록 최종 성적이 최혜진의 전반전 성적과 1타 차였지만, 충분히 ‘혹시나’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상금은 총상금의 75%만 배분되며 1라운드 성적을 기준으로 차등 지급된다. 1라운드 1위를 차지했던 최혜진(약 9,450만원)부터 공동 60위(약 100만원)까지 순위별로 차등 지급하고, 나머지 금액은 61위부터 최하위 선수에게 10만원 가량의 금액이 균등 지급된다.
제주=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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