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남북연락사무소 일방 철거 엄포
군사합의 파기는 한반도 평화 중대 위협
대남도발 대비한 방어태세 만전 기해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13일 밤 담화를 통해 또 한번 대북전단을 빌미 삼아 “이제는 연속적인 행동으로 보복해야 한다”며 대남 관련 부서들에게 “다음 단계 행동을 결행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지난 4일 김 부부장의 대북전단 경고로 시작해 연일 이어진 북한의 대남 비방이 행동 선언에까지 이른 셈이다. 그는 구체적인 조치로 개성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철거를 들었고 그 다음 계획의 실행권을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며 대남 군사도발 가능성도 시사했다. 6ㆍ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앞두고 남북 관계를 과거 대결 시기로 되돌리려는 듯한 북한의 움직임을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대북전단을 문제 삼지만 최근 통일부 등 범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북전단 살포 금지 조치와 청와대의 “엄정 대응” 발표 직후 담화가 나온 것을 보면 이와 다른 속내가 있다는 것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실천은 한 걸음도 내짚지 못하는 상대와 정말로 더 이상은 마주 서고 싶지 않다” “신뢰는 산산조각이 났다”는 12일 통일전선부장 담화에서 보듯 남북 정상 간 합의 실현이 더딘데 대한 불만이 배경에 있다.
하지만 남북 정상이 선제적으로 합의했더라도 비핵화 논의에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합의 일부는 유엔 제재를 비롯한 여러 국제적 제약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을 무시하고 남측을 향해 일방적으로 불만을 쏟아내며 도발도 불사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것은 이미 이행 완료된 일부 성과에 대한 부당한 평가절하일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다.
북한의 태도 변화에는 대북 제재로 수출입이 끊기다시피한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경제난이 커진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흉흉해진 민심을 대외 강경 조치로 다잡으려 하는 것은 대북전단과 탈북자를 겨냥한 여러 군중 시위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시위로 당장 민심은 추스를지 모르겠으나 그렇다고 경제난이 근본적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제재 해제 등 큰 목표만 고집할 게 아니라 보건, 방역 등 문재인 정부가 여러 차례 제의했고 당장 실행 가능한 남북 사업에 눈을 돌려 협력의 폭을 넓혀가는 것이 북한에 이롭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북한이 군사 행동을 시사한 만큼 2014년처럼 추가 대북전단 살포시 총격에서 중단거리 미사일 시험, 남북 군사합의 파기, 나아가 미국을 겨냥한 발사체 실험까지 어떤 도발을 해올지 모른다. 국방부가 군사대비태세에 만전을 기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 없다. 동시에 상황이 어려워졌다 해도 훼손된 남북 간 신뢰를 회복하려는 범정부 차원의 대화와 협력 시도도 멈춰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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