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시스쿠스(37)씨는 매일 오토바이를 5㎞ 타고 간 뒤 강을 건너고 다시 밀림으로 30분 더 걸어 들어간다. 오직 아이 두 명을 만나기 위해서다. 그는 인도네시아에서도 오지로 불리는 동(東)누사텡가라주(州)에 산다. 중부자바주 케날란 마을의 수로토(57)씨 역시 매일 강풍과 깎아지른 듯한 벼랑이 펼쳐진 산길을 오토바이로 달려가 아이들을 만난다.
두 명 모두 교사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3월 중순부터 학교가 문을 닫자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직접 학생들 집을 가가호호 방문하고 있다. 많은 인도네시아 교사가 전염병 감염 공포를 딛고 인터넷, 심지어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는 아이들을 위해 자발적으로 ‘찾아가는 교실’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수업은 간단하다. 5명 이상 모이지 말라는 정부 방침에 따라 두세 명의 학생만 데리고 마스크를 낀 채 야외에서 가르친다. 공부를 가르치고 숙제를 내주는 일상은 아이들의 대인 접촉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프란시스쿠스 교사는 “기다리는 아이들을 외면할 수 없어 이렇게 하는 게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수로토 교사는 “전염병 공포보다 교육자의 소명이 더 앞선다”라며 “아이들이 좋아해 만족한다”고 말했다.
14일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정부는 코로나19에 따른 학교 폐쇄의 대안으로 약 7,000만명의 학생에게 다른 나라처럼 온라인 교육을 제시했다. 그러나 동서 길이 5,000㎞에 1만7,000여개의 섬으로 이뤄진 군도 국가라 지역 간 디지털 격차가 크다. 2억7,000만 인구의 3분의 1은 인터넷은커녕 여전히 전기 혜택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예컨대 칼리만탄(보르네오)섬의 서부칼리만탄주 란닥 지역 오지 마을은 온라인 교육이 아예 불가능하다. 인터넷 접속은 물론이고 TV도 전기 공급장치도 없기 때문이다. 결국 교사들이 직접 학생들 집을 일일이 방문해 가르치는 수밖에 없다. 교사 헤리안토씨는 “5학년 23명의 학생 중 8명은 오토바이를 타고도 갈 수 없는 마을에 살고 있어 현재 연락이 끊겼다”고 안타까워했다.
인터넷과 전기가 들어온다고 온라인 수업이 가능한 건 아니다. 휴대폰을 가진 부모가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아이들은 그나마 형편이 낫다. 더 가난한 아이들은 부모가 인터넷 접속용 데이터를 살 여력이 없다. 그러니 교사들의 헌신이 더없이 귀하다.
아이들도 학교가 그립다. “친구들과 선생님이 보고 싶고 교복을 입고 싶다”는 것이다. 2007년 동부칼리만탄주 발릭파판에 국제학교를 세운 이성헌(51) 선교사는 최근 한국일보에 “오지 마을에 비상식량을 나눠주러 갔는데 길 어귀에서 우리를 본 한 아이가 집에 돌아가 교과서를 꺼내 들고 달려오길래 ‘오늘은 식량만 준다’고 했더니 슬프게 울더라”라며 “어떻게 이 아이들을 다시 가르칠 수 있을까 고민”이라고 말했다. 4월 말엔 유치원에 가고 싶다고 한 달 넘게 울던 한 아이(7)가 유치원이 사라지지 않은 걸 직접 확인하기 위해 밤에 유치원을 찾아가 잠긴 정문을 붙잡고 있는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회자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다음달 13일 개학할 계획이지만 코로나19 발병 현황에 따라 지역마다 달라질 수 있다. 연말이나 내년 초로 미뤄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전날 기준 인도네시아의 코로나19 환자는 3만7,420명, 사망자는 2,091명이다. 최근 일일 신규 환자가 잇따라 1,000명선을 기록했다. 다만 자카르타는 9일 232명→10일 157명→11일 128명→12일 93명으로 줄어들다 13일 121명으로 늘었다. “동부자바, 남부술라웨시, 남부칼리만탄 등 일부 주에서 감염자가 많이 나왔고, 검사 확대도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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