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올해 1~5월 국내 자동차 생산량이 금융위기 이후 가장 적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14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 들어 5월까지 국내 완성차 업체의 총 생산량은 133만515대로, 같은 기간 생산량 기준으로 금융위기였던 2009년 (121만3,632대) 이후 가장 적다. 북미, 유럽 등 주요 자동차 시장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봉쇄 조치로 실업자가 늘고 소비심리가 악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업체별로 보면 현대차와 기아차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7.8%, 21.1% 감소한 60만8,661대, 49만2,658대를 생산했다. 한국GMㆍ르노삼성ㆍ쌍용자동차 등 외자계 3사는 사정이 더욱 심각하다. 한국GM은 전년 동기 대비 31.5% 떨어진 13만6,187대, 르노삼성은 23.4% 감소한 5만2,217대, 쌍용차는 37.1% 떨어진 3만8,267대 생산에 그쳤다. 특히 한국GM의 생산량은 2005년 1~5월(13만5,070대) 이후 최소다.
일감이 줄어들다 보니 생산시설도 줄줄이 멈춰서고 있다. 특히 내수에 비해 수출이 훨씬 저조한 상황에서 수출 의존도가 큰 외자계 3사의 공장 가동률이 더욱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한국GM은 미국 시장 마비로 주력 수출품인 ‘트레일블레이저’를 생산하는 부평 1공장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했다. 르노삼성은 지난 4월 닛산 로그 위탁생산 물량이 끊긴 후 프랑스 르노 본사로부터 후속 물량을 배정받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 생산량 감소는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하는 형국이다. 지난달 국내 업체의 자동차 생산량은 23만1,099대로 5월 실적으로 따지면 21년 전인 1999년(22만6,938대) 이래 가장 적었다. 르노삼성의 경우 지난달 생산량이 전년 동월 대비 절반 이상 감소(-55.4%)한 6,577대에 그치며 2004년 9월(6,210대)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달 상순(1~10일)에도 자동차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급감했다. 고용 유발 효과가 큰 자동차 산업의 부진은 고용 타격으로 이어져, 지난달 자동차산업 고용보험 가입자는 1년 전보다 9,100명 줄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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