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보건 분야에서 트랜스젠더(성전환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법안 철회를 확정했다. 전임 버락 오바마 정부의 건강보험 개혁안인 ‘오바마케어’에 포함된 반(反)차별 규정을 철회하면서 성전환자의 의료 접근성이 대폭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미 보건복지부(HHS)는 12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1557조항 시행에 있어 태생부터 결정되는, 남성이나 여성 같은 평범한 성별에 따라서만 정부가 성차별을 해석하는 것으로 돌아가겠다”고 발표했다. 1557조항은 오바마케어에 포함된 반차별 규정으로 정부의 재원이 들어가는 보건 프로그램이나 활동에서 인종이나 피부색, 출신, 성별, 나이, 장애 등을 이유로 차별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오바마 정부가 이 성별의 개념에 성적 정체성을 포함해 의료인이나 보험사가 트랜스젠더 환자들에게도 의학적으로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고, 이에 대한 의료비를 지원하도록 의무화했다고 전했다. AP통신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결정은 남성, 여성, 그 어느 쪽도 아닌 무성, 양쪽이 다 혼합된 성 등 개인의 내적 인식에 따른 결정을 폭넓게 이해하려 한 오바마 시대의 규정을 바꾸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1557조항은 보수주의자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혀 왔다. 정부의 결정이 허용된 법적 권한을 넘어선다는 이유다. 보수기독단체인 가족연구위원회(FRC)의 한 관계자는 “오바마 행정부의 기존 법 아래에서는 의료진이 자신의 양심에 반하거나 환자에게 해가 된다고 생각해도 성별을 재결정하는 수술을 해야만 했다”고 주장했다.
성소수자 단체 등 관련 단체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발표에 반대 목소리를 분명히 했다. 로드리고 헹레티넨 트랜스젠더 평등센터(NCTE) 부소장은 “의료인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찾아온 사람도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거절할 여지를 열어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성소수자를 위한 인권캠페인재단(HRC) 역시 성명을 발표해 “보건분야에서 기본권을 공격하는 행위가 제한 없이 이뤄지도록 하지 않겠다”며 소송 제기 방침을 밝혔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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