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사법당국 ‘비자 사기’ 혐의로 기소…일부 연구는 美 정부 보조금
미국에서 수행한 연구물을 들고 중국으로 귀국하려던 한 중국군 장교가 미 사법당국에 체포됐다. 2018년 방문연구원 비자(J1) 신청 당시 중국군 내 지위를 허위 진술한 혐의다. 이번 사건은 최근 미 정부가 중국인이 자국 내 이공계 분야 연구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벌어져, 법 개정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미 법무부는 11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연방검사와 연방수사국(FBI) 특별수사관이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과학연구자 겸 장교인 왕신을 비자 사기 혐의로 체포해 기소했다고 밝혔다. 왕 장교는 지난 7일 로스앤젤레스 공항을 통해 중국 톈진으로 가려다가 미 사법당국에 붙잡혔다.
그는 2018년 12월 J1 비자를 발급받아 지난해 3월 미국에 입국했다. 그간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UCSF)에서 과학 분야 연구에 참여했다. 비자 신청 당시 왕 장교가 2002년부터 2016년까지 중국군 의학분야 부교수로 근무했다고만 밝혔고 군대 내 상당한 지위가 있다는 점을 속였다는 게 FBI 등의 주장이다. 수사 결과 왕 장교가 중국군 내 소령 정도에 해당하는 지위로 유학 중에도 고용된 상태로 임금을 받은 것이 드러났다. 원활한 비자 발급을 위해 의도적으로 허위 진술을 한 것으로 FBI 등은 보고 있다.
이번 사건 기소장에는 왕 장교가 중국군 대학 연구실장인 상사에게 UCSF 연구실을 관찰하고 관련 연구 결과를 복제해 오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범죄 정황이 적시돼 있다. 체포된 왕 장교가 미 세관당국 관계자와의 대화에서 “중국군 동료들과 공유하기 위한 연구물을 가지고 있으며, 연구내용을 메일로 중국에 보냈다”고 털어놓았다는 것. UCSF가 진행하는 연구 중 일부는 미국 국립보건원(NIH) 등 정부 보조금을 받은 사업이다.
왕 장교는 또 출국을 위해 공항에 도착하기 전 중국판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인 ‘위챗’ 대화 내용을 모두 지워 의혹을 더 키웠다. 비자 사기로 왕씨의 유죄가 확정되면 최고 10년 징역형과 25만달러(약 3억원)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중국 연구자의 스파이활동 의혹은 이전부터 미중갈등 요소 중 하나였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홍콩 국가보안법 등으로 양국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미국이 또 다른 압박 전략으로 ‘중국인 유학생 비자 금지’까지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공화당 의원들이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중국 국적자에게 이른바 ‘스템(STEMㆍ과학 기술 공학 수학)’ 분야의 대학원 또는 대학원 후 연구를 위해 학생(또는 연구) 비자 발급을 금지는 입법안을 상ㆍ하원에 동시 제출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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