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 6.9% 폭락
경제활동 조기 재개와 연일 이어지는 대규모 인종차별 반대시위로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유행 공포가 현실화하고 있다. 특히 남서부를 중심으로 신규 환자가 급증하면서 일부 지역에선 봉쇄령을 재발동하는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다. 경제회복 속도가 더뎌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자 증시도 요동쳤다.
11일(현지시간) 실시간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최근 1만명대로 떨어졌던 미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 환자 수가 다시 증가해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2만명 대를 유지했다. 일간 뉴욕타임스도 “이날 기준 21개 주(州)에서 최근 2주간 신규 확진자 평균치가 이전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특히 남서부 애리조나와 텍사스주의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AP통신은 하루 평균 400건 정도였던 애리조나의 신규 확진자 수가 이번 주 초 1,000건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입원자가 급증해 병상 4분의3 이상이 채워지자 당국은 일선 병원에 집중치료실(ICU) 병상을 늘리는 비상계획 재가동을 지시하기도 했다.
텍사스주에선 미국의 현충일인 지난달 25일 ‘메모리얼데이’ 연휴 이후 신규 확진자가 42% 폭증했다. 특히 휴스턴이 속한 해리스 카운티에서만 전체 주의 20%에 해당하는 환자가 발생했다. 휴스턴 당국은 봉쇄령 재개까지 고려 중이나 주 정부는 계속 경제 재개를 독려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 유타ㆍ뉴멕시코 등의 지난 한 주간 신규 확진자 수도 40% 증가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전문가들은 봉쇄 해제와 더불어 미 전역으로 확산한 인종차별 반대 시위도 바이러스 재확산에 기여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시위가 주로 야외에서 진행되고 많은 참가자가 마스크를 착용하는 건 다행스러운 점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가까이 붙어서 구호를 외치는 시위 방식 자체가 바이러스 전파에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스펜서 폭스 텍사스대 연구위원은 “미국과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우려스러운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재확산 조짐이 나타난 이상 신속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코로나19 재유행 조짐에 고공행진을 이어온 미국 뉴욕증시 주요 지수는 이날 폭락세로 마감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날 대비 1,861.82포인트(6.90%) 하락한 25,128.17에 거래를 마쳤다. 약 13% 대폭락했던 3월 중순 이후 석 달 만에 최대 낙폭이다. 공포감은 원유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7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8.2%(3.26달러) 하락한 36.34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역시 최근 6주 새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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