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는 건 귓가를 스치며 지나는 바람 소리, 보이는 건 동물들의 발자국..
인적이 드물어 황량한 느낌마저 드는 들판이 끝없이 펼쳐지는 경기 화성시 송산면 수섬을 찾은 단상이다.
수섬은 주변에 시화방조제가 조성되면서 바닷물이 사라져 육지가 된 곳이다. 세월이 지나며 갯벌은 황무지로 변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넓은 땅에는 원래 신도시가 들어설 예정이었으나 시화호가 자연정화 되면서 현재 개발은 중단된 상태다. 갯벌이 있던 자리에는 끈질긴 생명을 자랑하는 갈대와 삘기가 차지했다. 그리고 갯벌에서 자라는 칠면초가 피어나 마치 아프리카의 초원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6월이면 이곳에는 백모화(白茅花)라고도 불리는 삘기꽃의 물결이 넘실거린다. 특히 이른 새벽 일출과 노을이 시작되는 저녁 무렵에는 삘기꽃들이 햇빛을 받아 일렁이는 모습이 마치 넘실대던 파도를 연상케 해 또 다른 감동을 준다. 도시의 번잡한 일상을 잠시 벗어나 바람과 삘기꽃 파도에 잠시 마음의 위로를 받는 것을 어떨까.
선임기자 king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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