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이 더불어민주당과의 원 구성 협상 결렬로 12일 국회 본회의에 불참한 가운데, 통합당 협상 실무를 맡고 있는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가 여당 의원들만 참석한 본회의장에 홀로 입장했다. 그는 ‘적진’과 다름없는 곳에서 마이크를 잡고 “견제되지 않은 권력은 반드시 저주받게 돼있다”고 말했다.
김 원내수석은 이날 오후 2시 열린 본회의에서 의사진행발언을 자청해 마이크를 잡았다. 통합당 의원들을 대표해 혼자 본회의장에 입장한 그는 여당 의원들의 야유 속에서도 통합당이 본회의에 불참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김 원내수석은 “여전히 여야 합의가 없는 본회의에서 발언하는 것이 제1야당 원내수석으로서 참으로 참담하고 착잡한 심정”이라고 운을 떼며 “문재인 대통령께서는 연일 여야 협치를 말씀하시고 계시지만, 거대 여당인 민주당에서는 수적 우위를 내세워 야당을 무시한 채 밀어붙이고 있는 그런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통령께서는 협치를 이야기하고, 민주당에서는 숫자로 밀어붙이는 것은 국민을 상대로 하는 짜고 치는 고스톱이냐”고 따져물었다. 여당 의원석에서는 “쓸 데 없는 이야기 하지 말라”는 고성이 나왔다.
김 원내수석은 그럼에도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야당의 의원들이 상임위원회에 선임되지 못한 상황에서 일부 상임위원장 선거를 강행한다면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 중 하나인 피선거권을 헌법기관인 국회에서 박탈하는 것”이라며 “교섭단체간 합의되지 않은 상임위원장 선거를 본회의에 안건으로 상정해 국회의장과 민주당 주도로 처리하려는 것은 역시 국회의원의 고유 권한인 안권 심의권을 빼앗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민주당을 지지했던 49.9%의 국민이나 통합당을 지지한 41.5%의 국민 모두를 무시한 행동이 지금 국회에서 벌어질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국회는 합의를 통해서 국민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 나아가야 된다는 것이 국민들의 준엄한 뜻”이라며 “(여당이) 국회의장과 다수당이 됐다고 해서 제1야당의 의견을 무시하고 승자독식으로 국회를 독단으로 운행한다면 국회가 국론분열의 장 됨이 물론 협치의 배는 가라 않게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이날 결국 상임위원장 선출 건을 처리하지 않았다. 그는 “의장으로서 마지막으로 합의 촉구하기 위해 3일간의 시간을 드리겠다”며 본회의 개의 15분 만에 산회를 선포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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