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위축세ㆍ고용 감소 완만해져”
지난달 우려 목소리 낸 것과 반대
서비스업 생산 등 늘어났지만
제조업 생산ㆍ고용 악화 진행형
“정부 상황인식 안이하다” 지적
정부가 우리 경제 상황에 대해 “실물경제 하방 위험이 다소 완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물경제 부진’이나 ‘하방위험 확대’라는 표현으로 경기를 진단한 지난 달과 달리 낙관적인 시각을 내비친 것이다. 경제상황이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침체에 빠져 있는 시점에 정부의 상황인식이 안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12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6월호에서 “최근 우리경제는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으나, 내수 위축세가 완만해지고 고용 감소폭이 축소되는 등 실물경제 하방위험이 다소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지난달 “실물경제의 하방위험이 확대되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던 것과 정반대 표현이다.
정부는 내수와 고용 지표를 근거로 제시했다. 2, 3월 크게 감소했던 서비스업 생산과 소매판매는 4월 전월 대비 0.5%, 5.3%씩 증가했으며,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월 대비 6.8포인트 상승했다. 지난달 카드 국내 승인액은 전년 대비 5.3% 늘어 3개월 만에 증가 전환하기도 했다. 또 4월 47만6,000명에 달했던 전년 대비 취업자 감소폭은 5월 39만2,000명으로 축소됐다.
정부가 긍정적인 메시지를 던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전날 제6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에서 “고용충격 확산세는 다소 완화되는 모습”이라며 “조금씩 살아나는 경기회복의 불씨를 지금 적극 살려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5월 실업률(4.5%)이 역대 최고치를 찍은 데 대해 “코로나19 시대의 실업률 상승은 ‘일자리를 구하려는 의지와 여건’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고도 평가했다.
문제는 개선세가 일부 서비스업과 내수 항목에만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4월 제조업 생산은 전월 대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폭인 6.4% 급감했다. 지난달 취업자 감소폭이 줄어든 것 역시 음식ㆍ숙박업 등 서비스업 고용이 소폭 나아진 덕분일 뿐, 제조업 취업자 감소폭은 3, 4월에 이어 계속 커지고 있다.
실제 한국개발연구원(KDI)는 불과 5일 전인 지난 7일 “최근 우리 경제는 코로나19의 부정적 충격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며 경기 위축이 심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당시 KDI는 “제조업 생산은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주요 수출품목이 부진한 흐름을 나타내면서 큰 폭으로 위축됐다”면서 서비스업에 대해서도 “큰 폭의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외 여건과 관련해선 “미중 긴장이 고조되면서 세계경제 전반에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 때문에 기재부의 낙관론이 다소 섣부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대면 소비가 회복된 것은 사실이나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수출이 크게 나빠지고 있다”면서 “하방위험이 지속되고 있다는 평가가 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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