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녕 쇠사슬 등 아동 학대ㆍ사망 줄이어
어린 나이 출산, 부모 역할 교육 못 받아
또 다른 A양 찾고 부모 자격증 검토해야
부모란 무엇인가. 악마에 가까운 잔혹한 짓을 여린 아이에게 저지른 엽기적인 부모들의 이야기가 들릴 때 던지게 되는 질문이다. 며칠 전 경남 창녕에선 목이 쇠사슬로 묶이고 난간에 자물쇠로 채워진 채 학대를 당하던 아홉 살 A양이 빌라 4층에서 옆집 베란다를 통해 극적으로 탈출한 사건이 전해졌다. 계부는 A양이 집 밖으로 나갔을 때 지문으로 신원이 확인되는 것을 막기 위해 손가락을 프라이팬에 지진 것으로 알려졌다. A양의 온몸에선 멍과 골절, 화상 자국 등이 발견됐다.
지난 1일에는 충남 천안에서 같은 아홉 살 B군이 가로 44㎝ 세로 60㎝의 여행용 가방에 갇혀 숨졌다. 계모는 “게임기를 고장 내고 거짓말을 해 훈육 차원에서 가뒀다”고 주장했다. 연초에는 경기 여주에서 똑 같은 나이의 C군이 계모에 의해 베란다 욕조의 찬물에 1시간 넘게 방치됐다 사망했다. 지난해엔 인천에서 다섯 살 D군이 전선줄로 손발이 묶인 채 계부에게 20시간 넘게 1m 목검으로 폭행을 당하다 하늘나라로 갔다.
부모에 의한 아동 학대와 이로 인한 사망 사고는 갈수록 증가하고 잔혹성도 심해지고 있다. 아동 학대 건수는 2014년 1만27건에서 2018년 2만4,604건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학대로 숨진 아이도 132명이나 된다. 한 달에 2,3명의 아이가 부모의 손에 목숨을 잃고 있다는 얘기다.
더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상황은 더 안 좋다. 부모와 아이가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고 스트레스가 늘며 학대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졌다. 반면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으면서 이상 징후를 발견하긴 더 어려워졌다.
뒤늦게 정부는 학대 고위험군 아동을 찾아내는 대면조사를 재개하겠다고 발표했다. 법무부도 민법 제915조 ‘친권자는 자녀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는 규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참에 수사 및 사법 기관의 아동 학대에 대한 관용적 태도와 솜방망이 처벌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후 대책과 법 개정, 처벌 강화만으로는 근본적 해결을 꾀할 수 없다. 뿌리 깊은 가부장적 문화와 군사독재 시절의 폭력성이 여전한 한국 사회에서 아동 학대를 일소하는 건 쉬운 문제가 아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선 온 동네가 필요하다’는 말처럼 사회 전 구성원의 지속적 관심과 제도적인 뒷받침이 뒤따라야 하고 시간도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주목할 점은 최근 아동학대 가해자인 부모들의 나이가 꽤 어리다는 사실이다. 9세 A양의 친모는 27세다. 10대 후반에 ‘엄마’가 된 친모에게 A양은 축복이 아닌 짐으로 여겨졌을 공산이 크다. ‘어리지만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는 길과 양육법을 가르쳐 준 곳도 드물었을 것이다. 인천 D군 계부의 나이도 27세다. 여주 C군 계모의 나이도 31세다. 이 정도 나이의 부모가 아이를 양육하긴 일단 경제적으로도 쉽지 않다. 더구나 이들에겐 다른 아이들도 1,2명씩 더 있었다.
부모의 탈을 쓴 악마들을 두둔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이들이 왜 악마로 변했는지 살필 필요는 있다. 또 다른 A양이 생기지 않도록 하려면 먼저 제2의 A양 친모나 계부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게 상책이기 때문이다.
부모란 아이만 낳았다고 저절로 되는 게 아니다.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선 공부와 수양이 필요하다. 학대가 우려되는 가정엔 부모의 역할에 대해 선제적 교육을 실시하고 부모 자격증을 발급한 뒤 경제적 지원을 해 주는 방법도 검토할 만하다. 실제로 가정의 해체가 늘면서 부모 교육의 필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제대로 된 엄마ㆍ아빠의 모습을 볼 기회조차 박탈당한 예비 부모들이 많다. 어쩌면 이들 중엔 이미 아동 학대의 피해자도 있을지 모른다.
불교에선 부모와 자식을 전생에 큰 빚을 진 인연으로 설명한다. 빚을 갚듯 힘들어도 아이를 사랑하며 키워야 한다는 의미다. 스스로 부모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는 때다.
박일근 뉴스2부문장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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