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단 살포 파급 효과까지 감안 취지
당시 주심은 보수 성향 권순일 대법관
정부가 대북 전단에 대해 강력한 제재 방침을 밝히며 ‘표현의 자유’가 또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보수단체들은 정부가 대북 전단을 살포할 ‘자유’를 침해했다고 반발하는 반면, 정부는 대북 전단을 살포할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북 전단 살포 행위를 둘러싼 표현의 자유 논란이 새로운 건 아니다. 이미 2016년 대법원은 ‘표현의 자유가 무제한적인 것이 아니다’라고 결론 내렸다.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라고 해도 다른 모든 가치에 우선하는 절대 가치는 아니라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12일 판결문에 따르면 사건의 시작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탈북민 이민복씨는 기독북한인연합회라는 단체를 만든 뒤 대북 전단을 다량으로 날릴 수 있는 대형풍선을 개발했다. 2014년까지 북한으로 날려 보낸 전단은 수백 만장이 넘는다. 이씨는 그해 4월 접경지역 경찰이 대북전단 살포 금지를 권고하자 표현의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당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면서 국가를 상대로 5,000만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이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씨가 대북 전단을 날리는 행위 자체의 적법성은 인정했지만 전단 살포로 인한 파급효과를 고려하면 제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원고가 대북 전단을 살포하자 북한에서 고사포를 쏴 포탄이 민간인통제선(민통선)에 떨어졌다”며 “대북 전단 살포는 (민통선) 부근에 사는 국민의 생명, 신체에 대한 급박하고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킨다”고 설명했다. 또 “경찰관이나 군인은 이런 명백한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대북 전달을 날리는 행위를 제지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씨는 북한의 고사포 공격은 대북 전달 살포와 무관한 행위라며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도 원심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북한의 지속된 공격 위협 △북한의 고사포 발사 △우리군 대응 사격 등의 사실을 기반으로 “대북 전단 살포 행위와 휴전선 부근 주민들의 생명, 신체에 급박한 위험을 발생시키는 북한의 도발행위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역시 이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당시 주심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제청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한 권순일 대법관이었다. ‘보수 성향의 대법관’이라 불린 권 대법관의 결론도 1ㆍ2심과 같았다. 대법원은 “이 사건 기록과 원심 판결 및 상고 이유를 모두 살펴봤지만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기각한다”고 밝혔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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