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측 “사실 없거나 상호 합의 하에 이뤄져”
교회 여성 신도들을 대상으로 ‘그루밍(groomingㆍ길들이기)’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를 받는 30대 목사가 첫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아동ㆍ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상 유사성행위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인천 모 교회 소속 김모(37) 목사는 인천지법 형사13부(부장 고은설) 심리로 12일 열린 첫 공판에서 변호인을 통해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한다”고 밝혔다.
김 목사의 변호인은 검찰 측 공소사실에 대해 “그런 사실이 없거나 (피해자와) 상호 합의 하에 이뤄진 일이다”라고 말했다.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흰색 셔츠를 입은 김 목사는 사건과 관련해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묻는 재판장 질문에 변호인을 통해 “다음에 하겠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2010년 전도사 시절부터 목사가 되기까지 8년간 자신이 맡은 10, 20대 중ㆍ고등부와 청년부 여성 신도들을 상대로 그루밍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그루밍 성폭력은 가해자가 경제ㆍ심리적으로 취약한 피해자에게 호감을 얻거나 돈독한 관계를 만든 뒤 성폭력을 가하는 것을 말한다.
한 피해자의 어머니는 이날 재판이 끝난 뒤 법정 밖에서 김 목사를 향해 “그 많은 애들을 어떻게 할거야. 그 고통을 아니”라고 따져 물었다.
김 목사는 아무런 대답 없이 고개만 숙이고 법원을 빠져 나갔다.
앞서 경찰은 지난해 7월 김 목사에게 아동ㆍ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상 위계 등 간음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등 5개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보강 수사를 벌인 뒤 지난 4월 김 목사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도주와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며 기각했고, 김 목사는 지난달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졌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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