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 출장에서 귀국한 삼성전자 김프로는 14일간 자택 근무 후 마스크를 쓰고 회사로 출근했다. 사내 선별 진료실에서 발열 등을 체크한 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비즈니스 영향을 논의하는 화상 회의로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사내 식당에선 동료들과 마주앉기 대신 일렬로 앉아 식사를 했고 오후에는 경북 구미에서 생산하던 프리미엄 스마트폰 일부를 한시적으로 베트남 공장으로 옮기는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핵심 엔지니어 입출국 문제 등에 대해 재택근무 중인 유럽 마케팅 담당자 등과 회의한 뒤 매일 방역되는 임직원 전용 통근 버스로 퇴근한다.
삼성전자가 12일 공개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 가상의 직원 ‘김프로의 일상’이 소개됐다. 코로나19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삼성이 취한 주요 대응 활동을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 경영의 방향성과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을 담아 매년 6월 발표되는 이 보고서는 사업 부문별 친환경 성과 등이 주로 소개되는데, 올해는 코로나19가 세계 경제를 강타한 만큼 이례적으로 삼성전자의 코로나19 극복 방안이 담겼다.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상반기 코로나19 관련 주요 활동은 △안전, 보건 강화 활동 △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기여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임직원 대토론회 개최 등으로 진행됐다.
우선 삼성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폐쇄 등 물류 이동 제한 환경에서 공급망이 안전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2조6,000억원의 자금을 조기에 집행했다. 협력사들의 경영 안전을 위해 1조원의 운영자금을 무이자ㆍ저금리로 대출 지원했고 1조6,000억원 규모의 물품 대금을 조기 지급했다. 긴급 자재 공급을 위해 항공 배송으로 전환하는 경우 물류 비용 실비 지원이 제공됐으며, 원부자재 구매처를 다변화해야 하는 경우 부품 승인 절차 간소화 및 컨설팅이 지원됐다.
삼성전자는 코로나19의 심각한 영향을 받은 각국 정부와 의료, 교육기관 등에 올해 5월말 기준 약 3,900만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국내에선 대구광역시 의사회에 마스크 5만개를 기증했고 대구 경북 지역 무증상ㆍ경증환자 생활치료센터로 활용되도록 영덕연수원을 제공한 바 있다.
초기 한국에서 마스크 품귀 현상이 발생했을 때 삼성전자는 임직원을 파견해 마스크 제조기업들이 단기간에 생산량을 최대한 늘릴 수 있도록 제조공정 개선 및 기술 노하우를 전수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확보하고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마스크 생산에 필요한 핵심 원재료 수급을 지원하고 직접 금형을 제작해 제공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향후 마스크 제조기업 지원을 폴란드 등 해외 국가로 확대하고 코로나19 진단키트 생산 지원 등도 제공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코로나19 확산 최소화를 위한 솔루션 개발을 위해 삼성전자 임직원 10만7,000여명이 참여하는 대토론회도 진행했다. 사내 집단지성 플랫폼 ‘모자이크’를 통해 2주간 진행된 대토론회에는 솔루션 개발과 관련된 아이디어 1,620여건이 제안됐으며, 향후 삼성전자는 선별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구현해 사회에 환원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기업의 사회적 역할이 강조되는 추세에 기여하기 위해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중심으로 한 지속가능경영 과제들을 수행해 오고 있으며, 이에 대한 성과를 대외에 공개하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2008년부터 13회째 발간하고 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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