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검찰시민위원회(시민위)가 11일 경영권 부당승계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기소 여부 심의를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에 맡기기로 결정하면서 삼성그룹은 고무된 분위기다. 이 부회장 구속영장 기각에 이어 수사심의위 소집까지 관철해낸 삼성은 내처 수사심의위의 불기소 권고를 이끌어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시민위 결정 직후 입장문을 내고 “국민들의 뜻을 수사 절차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위원회의 결정에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열릴 수사심의위 변론 준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시민위는 일반인 15명으로 구성된 부의심의위원회를 열고 지난 2일 이 부회장 등이 제출한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을 받아들였다. 수사심의위는 각계 전문가 15명으로 구성되며 이르면 이달 말 열릴 전망이다.
지난 4일 구속영장 신청으로 검찰의 이 부회장 기소 의지를 확인한 삼성 입장에서 수사심의위는 검찰의 계획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양측이 위원들을 설득하기 위한 치열한 공방전을 벌일 이 회의에서 삼성이 불기소 권고를 끌어낸다면 검찰은 곤경에 처할 공산이 크다. 검찰이 유죄를 예단하고 무리하게 수사해 왔다는 삼성의 논리에 힘이 실리기 때문이다. 수사심의위가 법리에 크게 얽매이지 않는 일반인으로 구성돼 여론에 상대적으로 민감할 수 있다는 점도 삼성 입장에선 ‘호재’다.
검찰이 불기소 권고를 따를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도 많지만, 이 경우 검찰 수사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높이고자 검찰이 만든 제도를 스스로 부정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실제 이전 8차례 열린 수사심의위에서 검찰은 위원회 권고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삼성은 앞서 부의심의위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주장한 논리를 수사심의위에서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법원이 이 부회장 구속영장을 기각한 이유는 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논리로 ‘기소 부당론’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수사심의위에선 현장 프리젠테이션과 질의 응답을 통한 구두 변론이 가능한 만큼 여론과 감성에 호소하는 전략을 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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