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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레마 빠진 박병석 “국회 걱정에 잠 못 자… 부디 원 구성 합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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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레마 빠진 박병석 “국회 걱정에 잠 못 자… 부디 원 구성 합의를”

입력
2020.06.12 04:3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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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년 “국민에 도리 아냐” 주호영 “외국은 협치 룰에 6개월”

민주당 일각선 12일 법사위원장만 선출 절충안 거론

박병석 국회의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원구성 협상을 위해 마련된 원내대표 회동에 굳은 표정으로 서류를 검토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박병석 국회의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원구성 협상을 위해 마련된 원내대표 회동에 굳은 표정으로 서류를 검토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제가 요새 국회 걱정으로 전혀 잠을 못 잡니다. 선친께서 늘 ‘병석이는 잠이 많은 것이 가장 단점’이라 하셨는데. 며칠 사이에 (체중이) 3㎏이나 빠졌어요.”

박병석 국회의장은 11일 오전 원 구성 협상을 위해 주재한 여야 원내대표와의 비공개 회동에서 ‘불면 호소’로 대화의 문을 열었다고 한다. 여야 지도부가 정한 원 구성 협상 시간(12일)을 하루 앞둔 이날 까지도 양측이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자 합의를 촉구하기 위해 우회적인 읍소전략에 나선 것이다.

원 구성을 둘러싼 여야 논의가 공전하면서 21대 전반기 국회의장으로 취임한 박 의장도 딜레마에 빠졌다. 박 의장의 친정인 더불어민주당은 더는 시간을 끌 명분이 없다며 12일 본회의 개최와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한다는 각오다. 무엇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 대책 관련 법안과 일하는 국회법, 3차 추가경정예산안 등 속도를 내야 할 입법 과제가 산더미라는 명분으로 ‘준법 국회’를 강조한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의장 주재 회동에서 “책임 있는 집권 여당의 역할을 충실히 하라는 명령이 이번 총선의 결과”라며 “지금까지 잘못된 국회 관행을 이어가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상임위 위원 명단 제출 거부를 불사할 태세다. 핵심 쟁점인 법제사법위원회에 대한 양측의 ‘절대 사수’ 입장에 변함이 없는 상황에서 ‘실리 없는 양보’를 할 이유가 없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오히려 18곳 상임위를 여당이 독식할 경우 ‘여당 독재’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도 깔려 있는 분위기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회동에서 “외국 같은 경우 협치의 룰을 정하는데 6개월도 더 걸리는 경우가 많다”고 협상의 장기화 가능성도 내비쳤다.

양측의 치킨 게임에 공은 결국 의장에게 넘어왔다. 상임위 구성에 무기한 시간을 끌 수 없지만, 여야 합의 없이 상임위원을 강제로 정하는 자체도 상당한 정치적 책임을 요구한다. 국회법 제48조는 교섭단체의 요청이 없을 경우 상임위원을 의장이 선임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통합당이 12일 오전까지 끝내 명단을 내지 않을 경우 규정상 강제 선임을 할 수는 있지만, 이 규정이 사용된 것은 1967년 공화당 단독 개원 때가 마지막이다. 53년만에 제1야당 부재 속에 임기를 시작한 것도 아쉬운 박 의장이 이 같은 정치적 부담을 받아들일 수 있을 지 미지수다. 더구나 박 의장은 ‘의회주의자’ ‘소통을 으뜸삼고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는 정치인’을 각오하며 의장에 취임했다.

민주당 일각에선 일종의 절충안으로 12일 법사위원장만 선출하고, 나머지 상임위원장 다음주 본회의에 올리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통합당은 이를 절충안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희박하다. 이 경우도 핵심인 법사위를 빼앗길 수밖에 없는 시나리오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통합당이 강력 반발해 향후 국회 일정을 보이콧 하고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합의 시한을 더 두기엔 계파색 옅은 박 의장을 향한 민주당의 압박도 상당할 수 있다.

한 국회 관계자는 “국회법 상에 규정되지 않은 세세한 각론이 모두 여야 합의의 영역인데 이게 막히니 국회의장의 정치적 부담이 계속 늘어난다”며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과정에서 연신 씁쓸해했던 문희상 전 국회의장의 뒷모습이 오버랩 된다”고 했다.

종일 신경전을 벌인 여야는 이날 오전에 이어 오후 늦게까지 회동을 이어가며 마주했지만 입장 차만 거듭 확인했다. 박 의장은 12일 오전까지는 상임위원 명단을 제출해달라고 통보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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