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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산 둔화가 종식 걸림돌”… 코로나 백신 개발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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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산 둔화가 종식 걸림돌”… 코로나 백신 개발의 역설

입력
2020.06.11 23:0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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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국 이미 상황 호전 

 임상시험 데이터 충분히 못 얻어 

4월 22일 스위스 베른대학에서 한 연구진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시험을 하고 있다. 베른=로이터 연합뉴스
4월 22일 스위스 베른대학에서 한 연구진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시험을 하고 있다. 베른=로이터 연합뉴스

미국ㆍ중국ㆍ영국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 주도국의 신규 확진자 수 감소로 연내 백신 공급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감염률이 낮아지면 임상시험에서 백신의 안전성과 효능을 제대로 점검할 수 없다는 점에서다. 코로나19 확산 둔화가 종식을 위한 싸움에는 되레 걸림돌이 되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10일(현지시간) “전 세계적으로는 여전히 코로나19 환자가 늘고 있지만 미국ㆍ중국ㆍ영국 등에선 감염률이 정점을 찍고 떨어지고 있다”며 “이는 바이러스 퇴치를 위해 경쟁 중인 백신 개발자들 앞에 놓인 가장 큰 장애물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임상시험에서 이른 시간 안에 유의미한 데이터를 얻기 위해선 충분한 규모의 유ㆍ무증상 감염자를 확보해야 하는데, 백신 개발 경쟁에서 앞선 이들 국가는 이미 대부분의 봉쇄 조치를 해제했을 만큼 상황이 호전돼 임상시험 대상지로서는 오히려 부적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이들 국가에선 대규모 임상시험 일정이 줄줄이 예고돼 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ㆍ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이날 CNN방송에 “정부가 3개 민간 제약사의 실험용 백신에 자금을 지원키로 했다”고 밝혔다. 미 정부는 7월 모더나를 시작으로 8월 옥스퍼드-아스트라제네카, 9월 존슨앤드존슨과 각각 시험용 백신에 대한 제3상 임상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3상 임상시험은 수만명에게 백신을 투여해 효력을 최종 점검하는 과정이다. 통과하면 바로 백신을 시판할 수 있다.

하지만 감염률이 낮은 상황에서는 기대했던 시험 결과에 도달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3만명이 참여하는 미 정부 주도 시험만 해도 최소 100명 이상의 감염자가 나와야 백신 투여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고 WP는 설명했다. 탈 잭스 모더나 최고의료책임자(CMO)는 “아무리 많은 사람에게 백신을 투여하더라도 바이러스가 돌지 않으면 단기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기가 어렵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올해 말에서 내년 초로 예정된 백신 출시 일정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은 당초 상정했던 9월 백신 개발 완료 가능성을 절반으로 수정했다. 옥스퍼드대 제너연구소 책임자인 애드리안 힐 교수는 텔레그래프 인터뷰에서 “올해 초까지는 9월 개발 가능성을 80%로 봤지만 지금은 전혀 성과가 없을 확률이 50%에 이른다”면서 “백신 개발은 사라지고 있는 바이러스와의 싸움”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렇다고 봉쇄 해제에 따른 2차 대유행만 바라볼 수는 없는 만큼 대안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옥스퍼드대는 바이러스 노출이 잦은 의료 종사자 위주로 임상시험 자원을 받고 있고, 지난 2일 브라질에서 3상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 받았다. 파우치 소장도 “(여전히 확산세가 심각한) 브라질이나 남아프리카에서 미국 주도의 임상시험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해외 임상시험의 경우 △지원자 선정에서의 윤리 문제 △시험장의 연구 규약 준수 여부 △백신의 해당국 우선 공급 등의 논쟁이 야기될 수 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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