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세대’ 이어 취업 막혀 고통… 한국 사회 인재경쟁력 저하 올 수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불러온 고용 쇼크가 특히 20대 후반 ‘취업 적령 청년층’을 집중 강타하고 있다. 경제위기 등으로 한 사회에서 일정기간 청년층의 사회진출이 막히면, 이들이 영영 경쟁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잃어버린 세대’로 전락하는 사회적 인재경쟁력 수축 현상을 맞게 된다.
외환위기 직후 취업기회를 잃어 지금껏 고통 받는 40대 ‘IMF 세대’에 이어, 90년대 초반생 위주의 ‘코로나 세대’ 출현에 대한 우려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이들의 좌절은 본격 수축사회를 앞둔 한국 경제 전반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는 만큼, 특단의 고용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높다.
◇25~29세 고용, 코로나 직격탄
1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25~29세 고용률은 67.4%로 1년 전보다 3.2%포인트나 급락했다. 이는 지난달 전체 고용률 하락폭(-1.3%포인트)을 크게 웃도는 것은 물론, 4월(-1.8%포인트)보다도 하락폭이 더 커진 것이다.
같은 20대지만 20~24세 고용률은 4.0%포인트 떨어졌던 4월에 비해 5월엔 하락폭(-1.8%포인트)이 절반 이하로 축소됐다. 상대적으로 대학생, 아르바이트생이 많은 20대 초반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며 고용 사정이 나아지는 반면, 정식 취업을 앞둔 20대 후반은 고용 상황이 계속 악화하는 것이다.
실제 최근 20대 후반은 이미 ‘코로나 세대’로 불러도 이상하지 않은 처지다. 전체 취업자 감소폭은 4월 47만6,000명에서 5월 39만2,000명으로 축소됐지만 20대 후반은 오히려 3배 이상(2만1,000명→6만6,000명) 확대됐다.
전체 실업률이 작년보다 0.5%포인트 올라 역대 최고치(4.5%)를 찍은 지난달, 20대 후반의 실업률(9.2%)은 변동이 없었다. 실업률이 더 오르지 않았다는 건, 아예 경제활동(구직)을 포기했던 20대 후반 ‘비경제활동인구’가 여전히 구직조차 시도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5~29세 고용이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인구 구성, 고용 여건 등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지금의 20대 후반은 코로나19 사태가 아니어도 취업 여건이 열악하다. 앞뒤 세대보다 경쟁자가 많다. 올해 25~29세는 모두 연간 출생아 수가 70만명을 넘었던 1991~1995년에 태어났다. 출생아 수가 급락한 이후 세대는 물론, 앞선 1984~1990년생도 모두 연간 60만명대에 그친다. 통계청 관계자는 “1980년대 정부가 추진한 ‘한 자녀 낳기’ 출산 정책이 풀리면서 1990년대초에 갑작스럽게 출생아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IMF 세대’의 아픈 기억… “장기간 사회에 악영향”
20대 후반 청년층의 코로나 세대화 우려가 커지는 건, 앞서 우리 사회가 IMF 세대의 아픔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70년대생이 취업 시즌을 맞은 1997년 7월 68.7%였던 25~29세 고용률은 이듬해 7월 62.2%로 6.5%포인트나 하락한 데 이어, 1999년 2월 59.7%까지 급락했다.
문제는 이 같은 특정 연령대의 취업난이 이들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한요셉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첫 직장이 1년 늦을 경우, 같은 연령 근로자에 비해 10년간 임금이 연평균 4~8% 낮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는 “불경기로 첫 직장 임금이 10% 낮아질 경우, 경력 10년 차 이후로도 같은 연령의 근로자보다 임금이 10% 이상 낮거나 전일제 취업률이 1%포인트 이상 낮다”고도 분석했다.
대졸자의 경우 첫 일자리의 사업체 규모나 종사상 지위도 향후 노동 성과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경제위기 탓에 일자리를 늦게 잡아도, 눈높이를 낮춰 취업을 해도 경쟁력 약화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특정 세대의 일자리 좌절은 결국 사회 전체의 인재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최근 취업난과 노동시장 재편 와중에 IMF 세대인 40대의 실직이 특히 급증하는 것도, 이들에게 결여된 인재경쟁력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이에 전문가들은 코로나 세대를 막을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현재 정부 정책은 대부분 기존 취업자의 고용 유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교육 수준이 높은 청년을 겨냥해 신생 산업을 키우고, 정부가 채용을 지원해주는 방식의 대책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