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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짜’ 대한항공 송현동 땅, 서울시 공원화 계획에 ‘예비입찰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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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짜’ 대한항공 송현동 땅, 서울시 공원화 계획에 ‘예비입찰 0’

입력
2020.06.11 17:4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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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차질에 자금확충 계획 비상… 市에 팔면 1330억가량 손해 예상

노조 “사적 재산권 침해” 강력 반발, 서울시 “시세대로 지급 노력”

대한항공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11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 매각 관련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항공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11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 매각 관련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항공이 자금 확보를 위해 진행하던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매각 입찰이 결국 흥행 참패로 끝났다. 10일 마감한 예비 입찰에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서울시가 해당 부지를 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공식 발표하면서 이번 매각 입찰에 차질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당장 유동성 확보에 올인 중인 대한항공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부지 매각 주관사인 삼정KPMG·삼성증권 컨소시엄이 전날 마감한 서울 경복궁 옆 3만6,642㎡ 규모의 송현동 부지 매각 예비 입찰에 아무도 응하지 않았다. 투자설명서를 받아가거나 인수 의사를 내비친 곳이 15군데로 전해진 것에 비하면 참담한 결과다. 물론 예비 입찰에서 매각 입찰 의향서(LOI)를 내지 않더라도 본입찰에 응할 수 있지만, 업계에선 본입찰 결과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1997년 미국 대사관 숙소가 이전하면서 삼성생명이 1,400억원에 매입했던 송현동 부지는 금융위기의 여파 속에 2008년 대한항공에게 2,900억원에 넘어갔다. 대한항공은 이 곳에 한옥호텔과 전시장 건립을 시도했지만 인근에 덕성여고와 덕성여중, 풍문여고 등 학교가 인접한 관계로 교육청 심의에서 번번히 무산됐다. 높이 12m 제한, 1종 일반거주지역인 송현동 부지의 용적률은 100~200%다.

한때 알짜로 불렸던 송현동 부지가 이처럼 찬밥 신세가 된 데는 서울시에서 공식화시킨 공원화 계획이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했다는 분석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27일 송현동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공개적으로 밝혔고, 이달 초에는 부지 보상비로 4,671억3,300만원을 책정해 공고까지 했다. 부동산의 용도결정과 개발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서울시가 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나선 마당에, 땅을 사봐야 공원으로 밖에 쓸 수 없다면 매입 가치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실제 서울시는 지난 3월 대한항공 측에 “민간 매각 시 발생하는 개발 요구를 용인할 의사가 없다”며 공개 매각 절차 중단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은 이번 입찰 결과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1조2,000억원을 지원받으면서 2조원 규모의 자구안을 요구 받은 입장에서 최소 6,000억원 이상의 자금줄로 여겼던 송현동 부지가 제 값을 못 받거나, 매각 일정의 지연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현재 대한항공에게 주어진 선택은 두 가지다. 먼저 당초 예상가보다 1,330억원 가량 손해를 보면서 서울시에 송현동 부지를 팔 수도 있고, 아니면 부지 매각 방침을 철회하고 다른 자금 확보 방안을 찾는 것이다.

당장 대한항공 노조는 서울시의 공원화 방침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노조는 이날 오전 서울시청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원순 시장과 서울시의 탁상행정으로 송현동 매각이 불발돼 기내식 사업 매각 등으로 번지면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에 시달려야 한다”며 “민간의 땅을 강제로 수용하겠다는 것은 엄연히 사적 재산권 침해에 해당하므로 경쟁 입찰 과정을 거쳐 합리적인 가격에 매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인건비 추가 절감을 위해 객실승무원의 무급 휴직을 확대할 방침이다.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17일까지 만 2년 이상 근속한 객실승무원을 대상으로 다음달 1일부터 최소 6개월에서 최대 1년에 이르는 장기 무급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이런 장기 무급 휴직 실시는 대한항공의 창사 이후 처음이다.

한편, 서울시는 송현동 부지 매입 책정가가 헐값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민간에 매가하든, 서울시에 매각하든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투자 심사, 시의회 동의, 공유재산심의 등의 절차를 이행한 뒤 매입가를 확정해야 하기 때문에 예비 입찰에 참여하지 못한 것이지, 시세대로 매입하지 않거나 인수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또 “서울시는 자구책 마련에 고심 중인 대한항공 상황을 고려해 송현동 부지의 조기 매입과 대금 일시 지급을 위해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부지 매입 외에도 행정·재정적으로 대한항공 자금 유동성 확보에 도움이 될 만한 추가 지원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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