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변호사는 우리 세대가 마지막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제33회 6ㆍ10민주항쟁 기념식에서 국민훈장을 받은 고(故) 조영래ㆍ황인철 인권변호사의 배우자들은 11일 정세균 국무총리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비록 남편은 권위주의 정부에 맞서 싸우다 세상을 떠났으나, 앞으로는 인권변호사의 필요성이 없어질 정도로 인권이 신장되기를 바란다는 염원이 담긴 발언이었다.
1982년부터 인권변호사로 활동한 조영래 변호사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설립 등을 통해 사회적 약자의 권익 신장과 언론 자유화에 기여했고, 1970년대부터 시국사건을 변론한 황인철 변호사는 1988년 천주교인권위원회를 설립해 민주주의 발전과 확립에 기여했다. 정세균 총리는 이 말을 염두에 둔 듯 만남을 마무리하며 “더 이상 민주주의 때문에 희생 당하는 사람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만남은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렸다. 총리실은 전날 국민훈장을 받은 유공자 및 유족 12인에게 감사를 표하고, 그들의 공을 기리자는 취지에서 소 안심이 포함된 오찬을 마련했다. 수상자 중 유일한 생존자인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인 배은심 여사를 비롯, 전태일 열사 모친인 고 이소선 여사ㆍ박종철 열사의 아버지인 고 박정기 선생 등의 유가족 11인이 참석했다. 성유보 전 동아투위 위원장 유족은 개인 사정으로 불참했다.
총리실 관계자에 따르면 자리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정 총리는 자신이 고등학생 때 고 박형규 목사의 ‘교회 캠프’에 참석했던 사연을 박 목사 아들 박종렬씨에게 전하기도 했다. 박형규 목사는 빈민 선교와 함께 종교 탄압에 항거했던 인물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을 지냈다. 참석자들은 민주주의뿐만 아니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건강 등에 대한 이야기를 두루 나눴다고 한다.
정 총리는 “어제 6ㆍ10민주항쟁 33주기를 맞아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하신 열두 분께 훈장을 드렸다. 그동안 일부 민주인사에 대해 개별 포상은 있었으나, 전 분야에서 추천을 받아 국가 차원의 예우를 갖춘 건 이번이 처음이다”며 “많이 늦었습니다만, 앞으로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하신 분들이 합당한 예우를 받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훈장을 받은 이들을 “민주주의의 스승들”이라고 부르며 정 총리는 “이 땅에 더 좋은 민주주의가 정착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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