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ㆍ고압적 NYPD 개혁 요구 비등
전 세계적인 인종차별 반대 시위의 단초를 제공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은 미국 경찰에 대한 고강도 개혁 요구로도 이어졌다. 그 중에서도 미 최대도시 뉴욕 치안을 담당하는 ‘뉴욕경찰국(NYPD)’의 적폐가 가장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비위 행위를 제 때 처벌하기는커녕 과거 직권남용에 대한 정보공개조차 거부하는 폐쇄성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10일(현지시간) “현재 흑인 사망 사건이 발생한 미네소타주(州) 미니애폴리스 경찰이 주목받고 있지만 실상은 NYPD의 폐쇄적이고 고압적인 조직 운영이 훨씬 심각하다”고 보도했다. 왜 그런지는 플로이드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경찰관 데릭 쇼빈과 2014년 43세 흑인 에릭 가너를 숨지게 한 NYPD 소속 다니엘 판텔레오의 사례를 비교해 보면 명확해 진다. 당시 판텔레오는 담배 불법 판매 혐의를 받은 가너를 목 졸라 죽이고도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NYPD에 비하면 ‘적폐의 온상’이 돼 버린 미니애폴리스 경찰은 투명한(?) 편이다. 경찰관을 상대로 한 이의 제기나 징계 절차 등 정보 노출 여부에서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플로이드 사건 후 미니애폴리스 경찰국은 쇼빈이 17개의 비위행위를 저지른 전력이 있다고 즉시 공개했다. 반면 판텔레오의 경우 가너가 죽은지 3년이 지나서야 14개의 이의제기를 받은 이력이 있다는 사실이 우연히 드러났다. 현재 미국에서 경찰 비위 전력과 처분 결과 등을 공개하는 주는 미네소타를 비롯해 11곳뿐이다. 흑인 사망 사건이 일파만파 확대되자 뉴욕시를 관할하는 뉴욕주는 9일 경찰관 징계기록을 공개하지 않도록 한 뉴욕주시민법 50-A조를 폐지하겠다고 뒤늦게 밝혔다. 1976년 제정된 지 반세기가 지나서야 독소 조항을 없앤 것이다.
그러나 ‘뒷북 대응’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가너가 숨졌을 당시에도 해당 조항을 폐지하자는 여론이 일었으나 경찰노조 등의 강한 반발에 밀려 무산된 탓이다. 케빈 파커 뉴욕주 의원은 “지금은 환호할 때가 아니다”라며 “나라가 불타고 있어 어쩔 수 없이 폐지를 추진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보가 가려지다보니 경찰의 거짓 증언도 난무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NYPD 소속 경찰관들은 2015~2018년 법정에서 최소 25차례 거짓말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오죽하면 “정보가 비공개되고 경찰들이 거짓 진술로 일관해 기소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검찰의 한탄이 나올 정도다.
정보 은폐와 거짓 증언 관행은 당연히 솜방망이 처벌로 이어졌다. 쇼빈은 미니애폴리스 경찰청에서 즉시 해고된 후 2급살인 혐의를 받고 기소됐다. 이에 반해 기소조차 되지 않은 판텔레오는 사건 후에도 5년 동안 경찰직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코노미스트는 “징계 기록 비공개법 폐지는 첫 단추를 꿰는 것일 뿐, 실질적인 경찰 개혁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평가했다. 매체는 현재 논의 중인 과도한 공권력 행사에 ‘면책 특권’을 제한하는 일이 개혁의 핵심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에서 선의로 판단될 경우 공무원들이 인권을 침해해도 책임을 묻지 않는 면책권은 경찰의 과잉 대응을 일삼게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판텔레오의 정보 공개를 위해 싸운 변호사 신시아 콘티쿠크는 “정보공개 자체는 도움은 되겠지만 급진적 개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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