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감빵생활’ 할 때는 교도소에 저렇게 좋은 사람이 어디 있느냐는 얘기를, 이번에는 병원에 저렇게 좋은 의사가 어디 있느냐는 얘길 들었어요. 저 개인적으로는 세상 모두가 다 좋은 사람이었으면 하는 판타지가 있습니다. 판타지일지라도 그걸 보며 ‘나도 저런 사람들과 같이 있었으면’ ‘나도 좋은 사람이 돼야지’라 생각했으면 합니다.”
지난달 28일 방영을 끝으로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슬의생)을 마무리한 신원호 PD의 고백이다. ‘좋은 사람 판타지’는 늘 기분이 좋다. 선한 의지,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공감, 유년 시절 소꿉친구 같은 끈끈한 인간관계. 2012년 ‘응답하라 1997’에서 시작한 ‘응답하라’ 시리즈와 ‘슬기로운 감빵생활’에 이은 ‘슬기로운’ 시리즈까지, 실패작 하나 없는 이유다.
신 PD의 짝궁은 KBS 때부터 15년간 호흡을 맞춰온 이우정 작가다. 신 PD와 이 작가는 늘 “우리가 상정하는 주인공 그룹의 목표는 보는 이들로 하여금 ‘나도 저런 사람들 사이에 있고 싶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라 강조했다. 이어 “좋은 사람들 집단이 판타지라고 여겨지는 현실이 슬프지만 그래서 이런 드라마 하나쯤은 꼭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그 덕에 ‘슬의생’ 시청률은 14.1%로 ‘응답하라 1988’(19.6%)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고, 시청자들을 따뜻하게 위로한 덕분에 ‘힐링 드라마’라 불렸다.
신ㆍ이 콤비의 작품에는 쓴소리도 따라다닌다. 일종의 ‘자기복제’ 아니냐는 것. 신 PD 또한 “이 작가와 15년 가까이 일하다 보니 나누는 이야기가 당연히 늘 비슷할 수밖에 없다”고 선선히 인정했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가 아주 없진 않다.
‘슬의생’은 플롯을 보다 잘게 쪼갰다. 시즌제를 염두에 두고 편성도 주 1회로 바꿨다. 신 PD는 “우리가 가장 원하는 건 ‘분명 너희 같은데 또 새롭다’는 반응”이라며 “한 걸음이라도 있던 자리로부터 벗어나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여러 배우를 내세우는 ‘멀티캐스팅’을 넘어 40여명에 이르는 인물들을 등장시킨 ‘앙상블캐스팅’도 성공적이었다. 조정석 정경호 전미도 등 주연뿐 아니라 신현빈 안은진 정문성 곽선영 김준한 등 조연들도 새롭게 조명 받았다.
이처럼 두툼한 캐릭터들은 시즌2를 위한 든든한 포석이 된다. ‘슬의생’의 원래 목표 중 하나는 스피드였다. 자막 읽기도 바쁠 정도로 속도감 있는 미국 드라마처럼 만들고 싶었다. 신 PD는 “그게 시즌제 드라마에 맞는 호흡이라 생각했다”며 “시즌2에서는 그런 속도의 편집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슬의생’ 시즌 2는 올해 말 촬영, 내년 초 방영이 목표다. ‘응답하라’에 이어 ‘슬기로운’ 시리즈도 이어지지 않을까. 혹 구상하고 있는 다른 시리즈도 있을까. 신 PD는 당분간은 시즌2에만 집중할 생각이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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