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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아니냐”던 사천 발자국 화석 주인은… 세계 첫 발견 ‘두 발로 걷는 악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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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아니냐”던 사천 발자국 화석 주인은… 세계 첫 발견 ‘두 발로 걷는 악어’

입력
2020.06.12 00:0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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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교대 연구팀, ‘네이처’ 자매지에 연구 결과 발표

최근 중생대 백악기 진주층인 경남 사천 서포면 자혜리에서 발견된 이족 보행 원시 악어의 발자국. 진주교대 부설 한국지질유산연구소 제공
최근 중생대 백악기 진주층인 경남 사천 서포면 자혜리에서 발견된 이족 보행 원시 악어의 발자국. 진주교대 부설 한국지질유산연구소 제공

두 발로 걷는 원시 악어의 발자국 화석이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나왔다.

진주교대 부설 한국지질유산연구소는 최근 경남 사천 서포면 자혜리에서 발견된 백악기 원시 악어 발자국 화석에 대한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했다고 11일 밝혔다. 사이언티픽 리포트는 세계적인 영국 과학 학술지 ‘네이처’의 자매지다.

연구소에 따르면 이번에 발견된 발자국의 주인은 두 발로 걷는 대형 원시 악어다. 18~24㎝인 발자국 길이를 근거로 추정한 이 악어의 몸 길이는 최대 3m다. 발가락은 4개인데, 첫 번째 발가락이 가장 작고, 세 번째 발가락이 가장 길다. 화석에는 발가락 마디 흔적도 잘 보존돼 있다. 화석에 찍힌 발바닥 피부 자국은 현생 악어의 발바닥 피부 패턴과 일치한다. 이 원시 악어 발자국은 ‘바트라초푸스 그란디스’(Batrachopus grandis)라는 새 이름으로 명명됐다. ‘대형 바트라초푸스 원시 악어 발자국’이라는 뜻이다.

이족 보행 원시 악어의 발자국 화석이 발견된 건 세계적으로 처음이다. 지금까지 발자국이 발견된 모든 원시 악어는 네 발로 걷는 사족 보행 악어였다. 발가락 수와 마디, 발바닥 피부 패턴 등을 통해 이족 보행 원시 악어가 남긴 발자국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는 게 연구소 측 설명이다.

발자국 화석은 자혜리 일대에서 수백점이 발견됐다. 같은 방향으로 걸어간 흔적 10여개가 함께 발견되기도 했다. 이로 미뤄 이족 보행 원시 악어는 무리 지어 이동하는 습성을 가진 것으로 연구소 측은 해석했다.

한때 이 발자국을 두고 사람의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다. 걸어가며 남긴 행렬이 사람의 걸음 행렬과 비슷해서다. 그러나 사람은 발가락이 5개에 첫 번째 엄지 발가락이 가장 크고 길다.

경남 사천시 자혜리에서 발자국 화석이 발견된 이족 보행 원시 악어의 복원도. 진주교대 부설 한국지질유산연구소 제공
경남 사천시 자혜리에서 발자국 화석이 발견된 이족 보행 원시 악어의 복원도. 진주교대 부설 한국지질유산연구소 제공

화석이 발견된 곳은 자혜리 전원 주택 부지 조성 공사 지역이다. 약 1억1,000만년 전에 퇴적된 중생대 백악기 진주층에 해당한다. 스페인에서 처음 발견된 악어 발자국 화석인 ‘크로코다일로포두스’(Crocodylopodus)가 최근 같은 진주층인 진주혁신도시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백악기 한반도의 진주와 사천 지역에서 서로 다른 모습의 악어들이 공룡, 익룡, 포유류, 개구리, 도마뱀 등과 함께 호수 주변에 살았음을 알게 해주는 증거로 연구소는 보고 있다.

현재 한국은 서부 경남 지역인 진주ㆍ사천ㆍ고성 일대의 ‘백악기 공룡 발자국 화석산지’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추진 중이다.

이번 논문의 제1 저자인 김경수 진주교대 과학교육과 교수(한국지질유산연구소장)는 “중생대 트라이어스 말기에 두 발로 걷는 원시 악어류가 멸종하고, 이후 공룡들이 중생대 쥐라기와 백악기에 번성했다는 게 학계 중론인데, 이번 자혜리 화석으로 3m 길이의 원시 악어가 한반도 지역에서 백악기까지 살아 있었다는 가설을 세우는 게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과 미국 호주 등 3개국 연구진이 참여한 국제 공동 연구로 진행됐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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