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A는 전통적인 ‘선발 왕국’이다. 양현종(32)이라는 KBO리그 최고 투수가 10년 넘게 마운드의 중심을 잡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 투수도 데려오는 족족 성공을 거뒀다.
맷 윌리엄스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올 시즌 KIA는 5강 후보로 분류되지 않았다. 시즌 개막 전만 해도 양현종 외엔 검증된 선발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0일 현재 KIA가 5위로 선전하고 있는 원동력은 역시 압도적인 뎁스를 자랑하는 선발 마운드다.
올 시즌 KIA 유니폼을 입은 애런 브룩스(30)는 지난해 오클랜드와 볼티모어에서 선발로 뛴 ‘현역 메이저리거’였지만 KBO리그에서의 적응은 또 다른 문제였다. 뉴욕 메츠에서 선발과 불펜을 오갔던 드류 가뇽 역시 마찬가지다. 4선발로 낙점한 이민우(27)도 ‘미완의 대기’였다.
그런데 시즌 개막 후 이들 중 가장 뒤처진 선수는 아이러니하게 양현종(32)이었다. 양현종만 지난 9일 수원 KT전 승리 전까지 KIA 선발진에서 유일하게 4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었다. 이날 양현종이 시즌 5승(2패)과 함께 평균자책점을 3.89로 끌어내리면서 KIA는 선발 5명 전원이 3점대 평균자책점을 마크하는 막강 위세를 떨치고 있다. 팀 순위는 5위지만 팀 평균자책점(4.00)은 선두 NC(3.89)에 이어 2위다. KIA가 거둔 17승 중 무려 15승이 이들이 합작한 선발승이다.
10일 수원 KT전에서 강우콜드 완봉승을 거둔 브룩스는 150㎞를 상회하는 투심패스트볼을 앞세워 7경기에 등판해 3승 2패 평균자책점 2.76을 기록 중이다. 가뇽도 6경기에서 2승 3패 평균자책점 3.48을 찍고 있다. ‘히트작‘은 이민우다. 2015년 입단 후 올해 처음으로 개막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됐는데 6경기에서 3승 1패 평균자책점 3.86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서재응 KIA 투수코치는 “이민우는 슬라이더, 포크볼, 커브까지 구사해 선발로 적격인데 그 동안 불펜에서 던지려니 답답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9년차 임기영도 2승 3패 평균자책점 3.34로 안정적이다.
보통 확실한 선발투수 3명만 있어도 포스트시즌 진출 유력 후보로 꼽는다. 그만큼 장기 레이스에서는 기복 있는 타격보다 마운드와 수비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올 시즌엔 코로나19 여파로 선발투수가 강한 팀이 더욱 유리하다. KIA는 2017년 양현종, 헥터 노에시, 팻 딘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선발진을 앞세워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3년 만에 다시 막강 선발 재현 조짐을 보이면서 팬들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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