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이 종식되고 나면 국가가 남자친구를 만들어 주세요.”
중국 간호사 톈팡팡(田芳芳)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창이던 지난 3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이다. 국가의료팀의 일원으로 후베이성 우한에 파견돼 방호복 차림으로 사투를 벌이는 엄중한 상황에서도 정작 결혼을 걱정해야 하는 서른 살 미혼 여성의 살가운 호소에 중국 네티즌은 아낌없는 격려와 성원을 보냈다.
한낱 해프닝으로 보였던 톈씨의 소망이 결실을 볼지도 모르겠다. 결혼 적령기 남녀를 커플로 맺어 주기 위해 정부가 발 벗고 나서라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에서 상하이 정보보안무역협회장인 탄젠펑(淡劍峰) 위원은 “전국적인 결혼정보 등록ㆍ조회 플랫폼을 구축해 개개인의 혼인 상태를 확인할 수 있게 하고 독신 남녀 간 신뢰와 교류의 장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공산당의 외곽 청년조직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의 허쥔커(賀軍科) 중앙서기처 제1서기도 “젊은이들이 적절한 배우자를 찾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장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이성교제와 결혼에 정부가 개입하려는 건 중국에서 결혼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정부 조사 결과 지난해 독신 남녀는 2억4,000만명을 넘어서 전체 인구의 17%에 달했다. 반면 혼인건수는 2013년 1,346만9,000건에서 지난해 947만1,000건으로 급감했다.
‘1인 가구’가 늘어나는 건 세계적 추세인 만큼 그냥 독신으로 지내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하지만 중국 청년들은 결혼을 하고 싶어도 못 하는 경우가 많아 상황이 다르다. 젊은층의 38%는 23세 이전에, 24%는 23~25세에 각각 첫 맞선을 보고, 미혼 남녀의 60% 이상이 8번 넘게 맞선 자리에 나가는 등 결혼에 의욕적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월 발표한 한중 미혼여성 여론조사에 따르면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이 서울 거주 여성은 2.9%인 데 비해 베이징 여성은 19.4%로 6배 이상 많았다.
문제는 이성에 대한 ‘믿을 만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를 악용한 가짜 결혼이나 중혼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피해를 보는 사례가 허다하다. 지난해 1분기 중국 선전시 용강구에서만 47건의 결혼 사기가 발생했다. 중국 전역 1만8,000곳의 결혼중개업체에서 20만명이 종사해 관련 산업의 몸집은 크게 불었지만 사실상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인 탓이다. 이들 업체에 등록한 회원 수는 3억1,000만명이 넘는다. “국가가 배우자를 점지해 줄 때까지 기다리겠다.” 조속한 후속 조치를 갈구하는 중국 젊은이들의 소박한 바람이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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