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를 수배합니다”… 제주에서 절도에 탐방객들 덮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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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를 수배합니다”… 제주에서 절도에 탐방객들 덮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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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1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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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사려니숲 탐방로에서 까마귀가 탐방객을 공격하고 있다. 한라일보 제공.

“사려니숲 입구에서 까마귀가 갑자기 공격해 아내가 머리를 다쳤다.”

지난달 24일 제주시 조천읍 사려니숲길을 방문한 A씨가 제주도청 누리집 ‘신문고’에 올린 글의 내용이다.

11일 제주시와 사려니숲 탐방로 근무자 등에 따르면 2년쯤 전부터 탐방로 입구 인근에서 까마귀 2~3마리가 숲길을 찾은 탐방객들의 머리나 어깨를 툭툭 치거나 가방에 내려앉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일부 탐방객들은 갑작스런 까마귀의 공격에 놀라 피하다 넘어지는 일도 종종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려니숲길 탐방안내소 관계자는 “까마귀 2마리가 계속 숲길 근처를 배회하면서 가방 안에 들어있는 음식물을 노리고 가방을 낚아채려는 행동이 탐방객들에게는 공격하는 것처럼 생각이 들 것”이라며 “접근하지 못하게 막대기로 까마귀를 위협하면 날아갔다가 다시 돌아와 머리위로 지나가거나 날개로 치기도 한다”고 말했다.

탐방로에 까마귀가 자주 출몰해 사람을 공격한다는 민원에 따라 시는 지난 5일부터 한국조류보호협회 제주도지회에 포획을 의뢰했지만 까마귀가 영리하고 눈치가 빨라 포획이 쉽지 않은 상태다. 까마귀는 유해동물로 지정돼 있어 허가를 받을 시 포획할 수 있다.

강창완 한국조류보호협회 제주도지회장은 “까마귀들이 탐방객을 피하지 않는 것은 가방에서 음식을 꺼내 던져주거나 먹다 남은 음식을 버리고 가는 일이 수년간 반복되면서 학습효과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며칠 간 포획틀이나 그물총으로 포획을 시도했지만, 조금만 가까이 가도 달아나고 덫 근처에도 오지 않아 포획하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까마귀의 이상행동은 제주지역 골프장에서는 이미 흔한 일이다. B씨는 올해 초 제주지역 중산간에 위치한 골프장을 찾았다가 카트에 놓아뒀던 지갑이 감쪽같이 사라진 황당한 경험을 했다. 결국 라운딩을 멈추고 캐디와 일행들과 함께 주위를 둘러보다 근처 나무 밑에서 지갑을 발견했다. 까마귀가 카트에 있던 지갑을 물고 달아났다가 떨어뜨린 것이다.

B씨는 “라운딩 전에 캐디가 까마귀가 카트에 있는 물건들을 물고 가니 조심하라고 경고를 했을 때는 무슨 말인가 했는데 당해보니 알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도내 일부 골프장에서 골프장에 집단 서식하는 까마귀들이 카트에 둔 김밥이나 과자는 물론 지갑과 옷, 심지어 휴대전화까지 물고 달아나는 ‘절도 행각’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도내 골프장 관계자는 “까마귀가 물건을 훔쳐가는 경우 골프장 측에서는 어찌할 방도가 없기 때문에 라운딩 전 까마귀로 인한 분실물 발생 가능성을 골퍼에게 충분히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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