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3월 광주서 경북 청도대남병원ㆍ안동의료원으로 자원봉사
“이름 모를 이에게 빼앗겨버린 봄을 되찾기 위한 치열한 전투. 환자들의 고맙다는 말 한마디에 고단했던 날에 대한 후회가 사라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초기 경북 청도와 안동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면서 웹툰과 각종 캠페인으로 현장의 상황을 생생하게 알려온 광주의 오성훈(28) 간호사가 ‘간호사를 간호하는 간호사’란 책을 펴냈다.
‘대구로 와달라’는 대한간호사협회의 피 끓는 호소문을 보고 신혼 5개월된 아내와 가족 몰래 “가장 힘든 곳으로 보내달라”며 자원봉사활동에 나선 그는 지난 2월29일부터 3월21일까지 신종 코로나 확산세가 가장 심했던 청도대남병원과 안동의료원에서 자원봉사에 참여했다.
‘아픈 사람들을 돌보는 간호사는 정작 누가 간호해줄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출발한 총 350쪽 분량의 책에는 신종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느낀 소회와 간호학과 학생, 신규 간호사, 경력 간호사 등 4개 파트의 이야기가 담겼다.
그는 신종 코로나 현장에서 간호사라는 사명감과 의무감으로 버티기에는 한계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부족한 의료장비와 불량 장비는 상황을 더 어렵게 하기도 했다. 확산 초기 일부 방호복 상태가 불량해 테이프로 임시로 고정해 일을 할 수 밖에 없었던 끔찍한 상황도 있었다.
자원봉사를 마치고 2주간의 자가격리를 마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그는 현장 경험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가족의 마음을 애태우게 했지만 누구보다 국민들의 뜨거운 응원을 한 몸에 받았다는 점에서 가슴이 뭉클하다”며 “간호사라는 직업에 자부심을 느꼈던 시기기도 하다”고 말했다.
책에는 신규ㆍ경력 간호사에게 도움이 되는 팁도 담았다. 그는 “병원 곳곳에 ‘태움’과 같은 부정적인 요인들이 있어 간호사 생활 1년 안에 그만두는 사람도 많다”며 “어려움을 겪는 간호사들이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명의 간호사가 태어나기까지 얼마나 힘든 과정이 필요한지, 일반인들이 간호사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이나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책이 됐으면 좋겠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그는 간호사들의 업무효율 개선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 서비스 스타트업 ‘널스노트’의 대표도 맡고 있다. 지난해 11월 시작한 이 서비스는 간호사 7,000여명이 가입했고, 다음달 초 각종 피드백을 통해 개선된 서비스를 선보인다.
오 간호사는 “신종 코로나로 인해 빼앗긴 2020년을 하루 빨리 되찾아 올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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