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역에서 일어난 인종차별 항의 시위 이후 미국 국방부가 과거 노예제를 옹호하던 남부연합 장군의 이름을 딴 군 기지 명칭을 바꿀 수 있다고 밝히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급제동을 걸고 나섰다. 앞서 시위 진압을 위한 연방군 투입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이견을 드러낸 데 이어 두 번째 갈등 양상이 나타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전설적인 군사 기지 10곳의 이름을 다시 지어야 한다는 제안이 있었다”며 “행정부는 이 웅장하고 전설적인 군사 시설의 명칭 변경에 대해 검토조차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기념비적이고 강력한 기지는 위대한 미국 유산의 일부이자 승리와 자유의 역사가 돼 왔다”며 “미국은 이 신성한 땅에서 영웅을 훈련시키고 두 번의 세계대전을 이겼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국가로서 우리의 역사는 마음대로 조작되지 않을 것”이라며 “군대를 존중하라”고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트윗은 전날 에스퍼 국방장관과 라이언 매카시 육군장관이 기지 명칭 변경을 위한 논의 가능성을 시사한 뒤 나온 것이다. 현재 미 육군에는 버지니아주(州)에 위치한 포트 리,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포트 브랙 등 남부연합군 장군의 이름을 딴 군 기지가 10곳 남아있다. 남부연합은 1861년 노예제를 고수한 남부 11개 주가 따로 결성한 국가로, 인종차별과 백인우월주의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과 에스퍼 장관의 마찰은 최근 들어 벌써 두 번째다. 에스퍼 장관은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항의 시위 진압에 연방군 투입을 시도하자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어 “군 투입은 최후의 수단”이라며 반발한 바 있다. 이에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갈등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에스퍼 장관 간 거리가 더 멀어졌다는 신호”라고 평했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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