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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속 아이 남겨두고 ‘나홀로 탈출’ 엄마에 무죄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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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속 아이 남겨두고 ‘나홀로 탈출’ 엄마에 무죄 선고

입력
2020.06.11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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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집에서 화재가 발생했음에도 생후 12개월 아이를 구하지 않고 홀로 현장을 빠져나온 혐의로 기소된 20대 여성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 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이대연)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A(24)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1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4월 자택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당시 불이 처음 시작된 안방에 있던 아들 B군을 즉시 데리고 대피할 수 있었음에도 집을 나와 B군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화재 당일 안방 침대에 아들을 혼자 재워 놓고 전기장판을 켜 놓은 뒤, 안방과 붙어 있던 작은방에 들어가 잠이 들었다. 아들의 우는 소리를 듣고 깨어난 A씨는 화재가 발생한 사실을 확인했지만 안방에 들어가는 대신 현관문부터 열어 집 안에 차 있던 연기를 빠져나가게 해야겠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A씨가 현관문을 열고 다시 아들이 있는 안방으로 향하는 사이 불길과 연기는 더 거세졌다. A씨는 1층까지 내려가 행인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그사이 불길은 더 번져 A씨도, 행인도 집 안에 들어가지 못했다.

검찰은 A씨가 보호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화재 당시 피고인과 피해자의 거리는 2m에 불과했고, 이런 상황에서 아기를 데리고 나온 다음 도망치는 게 일반적임에도 혼자 대피해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징역 7년을 구형했다.

A씨의 변호인은 A씨가 잘못 판단해 아이를 구하지 못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아이를 유기했다거나 유기할 의사가 있었던 건 아니라고 주장했다. A씨 측은 “행동에 과실이 있었다고는 인정할 수 있으나, 유기 의사가 있었다면 현관문을 열어 연기를 빼 보려 하거나 119에 신고하고 행인에 도움을 요청하는 등의 행동을 할 이유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비록 피고인이 처음 방문을 열었을 때 손잡이가 뜨겁지 않았고 피해자의 얼굴이 보였다 하더라도, 별다른 망설임을 갖지 않고 방으로 들어가 손쉽게 피해자를 구조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고 단정 짓기는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사람에 따라서는 도덕적 비난을 할 여지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법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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