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본회의 표결을 강행할까’
박병석 국회의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박 의장의 중재로 본회의 개의 시점을 한 차례 늦췄지만, 여야가 법제사법위원장 몫을 두고 의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예정대로 12일 본회의를 개최할 경우 177석 더불어민주당은 상임위 구성을 위한 표결에 들어갈 태세다. 그렇다고 협상 시간을 더 주자니 ‘국회가 공전해 코로나19 사태 대응이 한 없이 늦어졌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여야 간 간극이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가 아니란 것도 고민이다.
11일 국회에 따르면 박 의장은 이날 오전 8시30분 자신의 집무실에서 여야 원내대표와 함께 회동할 계획이다. 이른바 ‘막판 회동’이다. 미래통합당의 제안과 박 의장의 중재에 따라 가진 ‘휴전’은 전날 종료됐다. ‘상임위원회 위원 정수에 관한 규칙개정안’이 전날 의결됐기 때문이다.
여야는 전날까지 어떤 합의에도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당은 “법사위를 제1야당이 맡는 건 20년 가까이 지켜진 룰”이라는 입장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원내대표 책임론’을 언급하면서 “12일 표결” 방침을 공언한 상태다.
박 의장은 최근 여야 원내대표뿐 아니라 이번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채널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박 의장 역시 원 구성 협상에 발목 잡혀 국회가 한없이 공전하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인 것은 분명하다고 한다. 21대 국회는 그 전과 달라야 한다는 소신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지난 5일 당선 인사에서도 “21대 국회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지금까지 잘못된 관행과 단호히 결별하고 국회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의회주의자로서 ‘국회법 준수’를 연일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 8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의장으로서 21대 국회가 과거와 달라야 한다는 소명을 갖고 있다”며 “야당과 최대한 소통하지만 국회법 정신에 따라 국회를 운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국회가 정상 궤도에 올라야 한다는 지적도 귀 담아 듣고 있다고 한다.
다만 여야 간 물밑 조율이 없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12일 본회의 표결을 강행할 경우 여권의 ‘독선’ ‘독식’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는 게 부담이다. 박 의장은 최종 고민 지점도 여기에 있다. 그가 “2004년 열린우리당 시절 4대 개혁 입법을 일거에 추진하려다 좌절된 것을 잘 기억할 것”이라며 “압도적 다수를 만들어 준 진정한 민의가 무엇인지 숙고하시길 권고드린다”고 민주당에 조언을 건넨 것도 이 같은 이유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 의장 측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국회가 신속하게 원 구성을 해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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