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 관련 “우리 민족 내부 문제… 美의 이중적 행태에 역증 난다”

북한이 미국을 향해 “끔찍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거든 입을 다물고 제 집안 정돈부터 잘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대북전단 문제와 관련한 일련의 사태에 대해선 “우리 민족 내부 문제”라고도 했다. 미 국무부가 지난 9일(현지시간) 북한의 강경 위협에 대해 “북한의 최근 행보에 실망했다”고 밝힌 입장에 대한 반응이다.
11일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은 “북남관계는 철두철미 우리 민족 내부 문제로서 그 누구도 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시비질할 권리가 없다”고 밝혔다. 보도는 기자가 질문하고 권 국장이 답하는 형식이었다.
권 국장은 “북남관계가 진전하는 기미를 보이면 한사코 그것을 막지 못해 몸살을 앓고 악화되는 것 같으면 크게 걱정이나 하는 듯이 노죽을 부리는 미국의 이중적 행태에 막 역증이 난다”고 말했다.
미국 국내 상황을 거론하기도 했다. 권 국장은 “미국 정국이 그 어느 때보다 어수선한 때에 제 집안일을 돌볼 생각은 하지 않고 남의 집 일에 쓸데없이 끼어들며 함부로 말을 내뱉다가는 감당하기 어려운 좋지 못한 일에 부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와 미국 사이에 따로 계산할 것도 적지 않은데 괜히 남조선의 하내비 노릇까지 하다가 남이 당할 화까지 스스로 뒤집어쓸 필요가 있겠는가”라면서 “끔찍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거든 입을 다물고 제 집안 정돈부터 잘하라”고 충고했다. 그러면서 “그것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되는 것은 물론 당장 코앞에 이른 대통령선거를 무난히 치르는 데도 유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의 이 같은 반응은 미 국무부의 최근 반응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 국무부는 “북한의 최근 행보에 실망했다”며 “북한이 외교와 협력으로 돌아오기를 촉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이 ‘실망’이라는 표현을 쓴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권 국장도 미 국무부가 언급한 ‘실망’ 발언을 상기시켰다. 권 국장은 “미국이 말하는 그 무슨 ‘실망’을 지난 2년간 배신과 도발만을 거듭해온 미국과 남조선당국에 대하여 우리가 느끼고 있는 극도의 환멸과 분노에 대비나 할 수 있는가”라며 “아직도 미국은 우리 인민의 격앙된 분노를 제대로 리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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