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국회 개원을 방해한다면 단독으로 개원할 수밖에 없다.” (10일)
“(원 구성 협상이) 이번 주를 넘기면 김태년 원내대표 책임이다.” (9일)
“법에 따라 국회를 여는 건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3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근 발언이다. 그는 원 구성 협상 상대인 미래통합당을 연일 압박하고 있다. ‘절대’ ‘반드시’ ‘결코’ 같은 표현을 사용해 통합당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붙인다. 원내대표가 아닌 당대표가 원내 협상의 전면에 나선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이 대표는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도 굳이 엄호하지 않는다. ‘김 원내대표를 가장 강하게 압박하는 사람은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가 아니라 이해찬 대표’라는 말이 오르내릴 정도로 김 원내대표의 등을 떠민다. 김 원내대표는 야당과 대화하는 ‘굿캅’으로, 이 대표는 전략적 악역을 담당하는 ‘배드캅’으로 역할 분담을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과 통합당의 원 구성 대치가 치열해질수록 이 대표의 발언 수위도 올라갔다. 이 대표는 국회의장단 선출 전인 이달 1일 “개원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못박고는 “민주당은 국민만 바라보고 국회 운영을 해 나갈 것”이라고 단언했다. 국회법상 국회 상임위원장 선출 시한인 8일에도 “오늘 상임위 구성을 완료하겠다”며 통합당에 틈을 주지 않았다.
노련한 이 대표가 원내 상황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은 ‘김태년호’를 전진하게 할 순풍이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 대표는 문재인 정부 하반기 국정과제 속도전을 위해 대권 욕심이 없는 본인이 나서야 한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이 대표는 ‘대의’를 위해서라면 여론과 언론의 비판을 기꺼이 감수하는 스타일이다. 이에 ‘독주하는 오만한 여당’으로 비치는 것에 발목 잡혀선 안 된다고 마음 먹었을 가능성이 크다.
21대 총선에서도 ‘민주당의 배드캅’을 자처했다. 비례대표 정당 참여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전 당원 투표를 결단한 장면 등이 대표적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모두 발언 등을 통해 필요한 메시지를 내지만, 비공개 의원총회 등에선 발언을 자제한다”며 “김 원내대표와 암묵적 역할 분담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이 같은 전략적 공세에도 원 구성 협상은 10일에도 공전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로 이날 회동하려던 민주당과 통합당은 만남을 11일로 연기했다. 여야는 대신 10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국회 상임위원회 위원정수 규칙 개정안만 의결했다. 국회 보건복지위는 22명에서 24명으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는 29명에서 30명으로 정원이 늘었다. 외교통일위는 22명에서 21명으로, 문화체육관광위는 17명에서 16명으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는 21명에서 20명으로 줄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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