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열린 ‘그린뉴딜 토론회’화상 기조연설
“한국은 세계에서 화석연료에 가장 많이 의존하는 국가”
“에너지 전환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기업은 많지만 한국은 여전히 구식 에너지 체제에 묶여 있다.”
세계적인 석학인 제러미 리프킨은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후위기 극복-탄소제로시대를 위한 그린뉴딜 토론회’에서 화상 기조 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한국형뉴딜TF(태스크포스)와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서울연구원, 에너지전환포럼 등이 공동 주최했다.
제러미 리프킨은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경영대학원 교수이자 비영리 조직인 ‘경제동향연구재단’을 설립해 이사장을 맡고 있는 미래학자다. 저서로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소유의 종말’, ‘엔트로피’, ‘글로벌 그린뉴딜’의 저자이기도 하다. 특히‘글로벌 그린뉴딜’은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읽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린뉴딜은 디지털뉴딜과 함께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의 두 축이다.
◇한국, 3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것 갖췄지만 매우 뒤쳐져
리프킨 이사장은 그린뉴딜에 대해 전 세계적인 생존 전략으로 규정했다. 그는 “우리 모두가 과학자들이 하고 있는 경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며 “우리는 지금 6번째 대멸종을 경험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80년 안에 지구 생물종의 절반 이상이 사라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20년도 안 되는 시간 안에 한국과 모든 국가는 탄소 기반 문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3차 산업혁명을 이끌 한국의 잠재력은 높이 사면서도 현재 에너지 체제가 가진 문제점을 강하게 꼬집었다. 그는 “SK와 같은 세계적 통신회사와 삼성과 같은 세계적 전자제품 회사가 있다. 현대·기아와 같은 세계 정상급 자동차 회사도 있다”면서 “필요한 것은 모두 갖췄지만 한국은 매우 뒤처져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현재 세계에서 화석연료에 가장 많이 의존하는 국가 중 하나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규모 태양광과 풍력의 균등화 발전 비용이 화석연료보다 싸다”며 “시장은 변화를 보여주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구식 에너지 체제에 묶여 있다”고 평가했다.
리프킨 이사장은 특히 한국전력이 매우 뒤쳐져있다고 꼽았다. 국내 전력산업의 핵심인 한국전력이 에너지 전환에 소극적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도 그는“한전도 이제 정신을 차리는 것 같다”며 “국가 디지털 전력망 계획을 발표했다. 좋은 소식이다”라고 덧붙였다.
◇한국이 전세계 그린뉴딜 이끌어야
리프킨 이사장은 한국이 세계를 그린 뉴딜로 이끌어야 한다며 이 인프라 혁명을 주도해달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은 개발도상국의 대표적 성공사례다. 한국이 성공한 것은 어려움이 뭔지 겪어봐서 알기 때문”이라며 “이는 한국인의 문화적 유전자 정보(DNA)에 들어 있다. 한국이 아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를 그린 뉴딜로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프킨 이사장은 “그린뉴딜은 21세기의 한국을 운영하고, 동력을 제공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해주는 인프라로의 완전한 전환을 의미한다”며 “미국의 그린뉴딜 제안은 개별적 시범사업을 늘어놓은 것에 불과할 뿐 1차, 2차 산업혁명에 견줄만한 인프라 전환을 다루고 있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인프라 혁명을 주도해 달라”며 “40년 정도 걸리는 전환 계획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첫 20년 이내에 탄소배출을 제로로 만드는 3차 산업혁명 인프라를 구축하고 미국에서 수백만개의 일자리와 수천 개의 새로운 기업을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한국도 20년 이내에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리프킨 이사장은 한국의 전환 성공 여부는 젊은이들에게 달렸다고 강조했다.
리프킨 이사장은 “(그린뉴딜 전환은) 이제 한국의 국민, 특히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달렸다”며 “문재인 정부가 더욱 야심차게 변화를 추진하도록 밀어붙이고 압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린뉴딜’은 1930년대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이 대공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동원한 뉴딜 정책처럼 지구적 비상사태에 대비할 대책을 뜻한다. 방점은 친환경(탈탄소) 녹색 성장으로 전기 생산은 100% 청정 재생 가능 자원에 맡기고, 에너지ㆍ교통 등 한 국가의 인프라를 여기에 맞춰 고치며, 친환경기술 개발에 연구비를 집중 투자하라는 게 주요 내용이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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