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ㆍ외고ㆍ국제고의 일반고 전환에 이어, 서울 영훈국제중과 대원국제중이 운영성과 평가(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해 일반중 전환 절차를 밟는다. 국제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당초 목적과 달리, 연간 학비만 1,000만원에 달하는 등 ‘특권교육’ ‘분리교육’의 폐해가 크다는 게 지정 취소 결정의 주된 이유다. 반면 해당 학교들은 이번 평가가 불공정했다며 법적 대응을 시사, 당분간 국제중 전환 여부를 둘러싼 갈등이 심화될 전망이다.
서울시교육청은 10일 전날 열린 ‘특성화중학교 지정ㆍ운영위원회’에서 영훈국제중, 대원국제중이 재지정 평가 통과 기준 점수인 70점에 미달돼 국제중 지위를 박탈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성화중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5년 주기로 재지정 평가를 시행하고, 학교가 설립 목적에 따라 운영됐는지를 따져 지정 취소 여부를 결정한다.
강연흥 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은 “국제중이 유능한 국제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환경을 조성하는데 선도적 역할을 할 것을 기대했으나 밤 9시까지 영어 몰입 교육을 시키고 해외에서 골프체험을 하도록 하는 등 목표 달성이 아주 취약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어 과목이 아닌 수학이나 과학도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고 영어로 시험 문제를 출제해 초등학교 단계에서부터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으면 국제중의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따라가기 힘들도록 학교를 운영했다”고 덧붙였다.
서울에서 국제중이 첫 등장한 2009년 이후 국제중을 둘러싼 잡음은 끊이질 않았다. 영훈국제중이 2013년 특정 학생들을 입학시키기 위해 수 백 명의 성적을 조작한 사실이 드러난 게 대표적이다. 이를 계기로 2015학년도부터는 추첨 선발로 전환했지만 한 해에 1,000만원이 넘는 학비 탓에, 특권층에게만 허용되는 ‘귀족학교’라는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부모의 경제력이 의무교육 단계의 학생들을 분리하고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국제중의 존재는 유아대상 영어학원(영어유치원)-사립초-특목고로 가는 과정 중 중학교 단계 목표가 되었다”고 꼬집었다. 국제중이 “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고자 하는 본질적인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고도 했다.
영훈국제중과 대원국제중은 이에 대해 거세게 반발했다. 두 학교는 공통적으로 이번 평가가 지정 취소를 전제로 한 요식 행위에 지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직전 재지정 평가인 2015년과 비교해 평가지표 항목, 배점 등을 학교 측에 상당히 불리하게 변경했다고 주장했다. 학교 측은 평가에서 점수가 높게 나오는 ‘학부모ㆍ학생ㆍ교사의 만족도’ 배점을 15점에서 9점으로 줄인 것을 예로 들었다. 또 ‘학생 1인당 교육활동비’에서 과거 평가 때와 달리 인건비를 제외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영훈국제중 관계자는 “학교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게 우수한 교사를 데려와 양질의 교육을 하는 것인데, 인건비를 교육활동비에서 제외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변경된 평가지표도 지난해 12월에야 학교에 통보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교육청은 이날 두 국제중이 1,000만원의 학비를 받고서도 다른 일반중과 마찬가지로 1인당 60만원 수준의 교육활동비만 썼다고 설명했다.
대원국제중 관계자도 “수정한 평가지표를 뒤늦게 알려준 것은 행정청이 신뢰보호의 원칙을 어긴 것”이라며 “교육부의 지정 취소 동의 절차까지 모두 거치고도 결과가 바뀌지 않으면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중 지정 취소 최종 관문인 교육부의 판단에서도 결과가 뒤바뀌지 않는다면 당장 내년부터 영훈국제중과 대원국제중은 일반중으로 전환해 신입생을 받아야 한다. 다만 국제중일 때 입학한 현재 1~3학년 학생(대원국제중 491명, 영훈국제중 495명)은 졸업 때까지 국제중 학생 신분을 유지하고 기존 교육과정에 맞게 수업을 받는다.
서울 지역 국제중 2곳이 지정 취소됨에 따라, 다른 지역의 나머지 국제중 3곳이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경기 청심국제중, 부산 부산국제중, 경남 선인국제중 가운데 2018년 개교한 선인국제중을 제외하고 청심국제중과 부산국제중은 이르면 이번 달 안으로 재지정 평가 결과가 나온다. 부산국제중은 공립으로, 나머지 사립 국제중과 성격이 다소 달라 국제중 유지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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