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해 편성한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서 영화산업 지원금이 대폭 삭감됐다. 7개 사업 중 살아남은 건 영화관입장료 할인권 지원 사업 하나. 영화계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10일 영화계 등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와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가 요청한 영화산업 지원금 예산 가운데 88억원만 3차 추경안에 편성했다. 이 돈은 영화관입장료 할인권 지원 사업에만 쓰인다. 3차 추경안은 지난 4일 국회에 제출됐다.
문체부와 영진위는 할인권 지원 사업 이외에도 △영화발전기금 융자지원 △기술보증기금 특례 보증 출연 △코로나19 특별 한국 영화 제작 활성화 특별지원 △일자리 연계형 온라인ㆍ뉴미디어 영상 콘텐츠 제작 지원 △영화제 스태프ㆍ미디어 교육 전문인력 공유고용 지원 등의 사업을 요청했다. 코로나19로 영화관 관객이 급감하면서 위기에 처한 영화산업을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실제 영화계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코로나19로 극장 가기를 꺼려하면서 영화 개봉이 잇달아 취소됐고, 볼만한 영화가 줄어들니까 다시 관객이 급감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영진위에 따르면 지난달 영화관 전체 매출은 123억9,383만원으로 지난해 5월(1,545억6,300만원)의 10분의1 수준이다. ‘이러다 공멸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고작 영화관입장료 할인권 지원 사업 예산만 추경에 편성됐다.
영화관입장료 할인권 지원 사업은 영진위가 지난 4월 내놓은 코로나19 대책에도 포함돼 예산 90억원이 이미 편성됐다. 영진위는 지난 1일부터 목ㆍ금ㆍ토ㆍ일요일에 쓸 수 있는 6,000원 할인권을 배포하고 있다. 이번에 88억원이 추가되면 영화관입장료 할인권 지원 사업에만 178억원을 쓰게 된다. 영화계에서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영진위의 3차 추경안 준비가 늦었고, 애초부터 예산 구조를 잘못 짰고, 방어도 하지 못했다”며 “지금 어디를 어떻게 지원해야 영화계 전반을 구할 수 있다는, 효율적 사고를 전혀 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한 중급 규모 제작사 대표는 “영화인들 사이에서 ‘영진위 무용론’이 나올 정도”라며 “코로나19 같은 위기상황에서 공공기관의 존립 이유가 드러나는데 영진위는 그 반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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