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책임론을 놓고 으르렁거리는 미국과 중국이 백신 개발을 두고도 물러 설 수 없는 한 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9일(현지시간) 미국이 한 발 먼저 치고 나갔다. 내달 ‘3단계 임상시험’ 개시를 공식 선언한 것. 그러자 중국도 올 가을까지 백신 완성을 공언하는 등 코로나19 의약시장 선점을 위한 양국간 물밑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ㆍ감염병 연구소(NIAID) 소장은 이날 제약ㆍ바이오 행사인 ‘생명공학혁신기구(BIO)’ 화상 의료 콘퍼런스에 참석해 “코로나19 대응에 필요한 백신 개발이 ‘전례 없는’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며 “어떤 측면에서는 공중보건 대응보다도 더 빠른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성공을 확신할 수 있는 백신 후보들이 여러 개 있다”고 강조했다.
파우치 소장이 언급한 유력 백신 후보는 미 바이오기업 모더나가 개발 중인 ‘mRNA-1273’로 추정된다. 그는 앞서 2일 “모더나가 내달부터 대규모 3단계 임상시험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3단계 임상은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기 전 최종 절차이다. 그는 “11월이나 12월쯤 효력 여부를 알 것 같고, 내년이면 수억도즈 수준의 복용량도 비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1도즈는 성인이 1회 접종하는 양이다. 미 보건당국 차원에서 백신 완성이 근접했음을 보증한 것이다.
이에 뒤질세라 중국도 백신 개발 속도전에 한층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 호흡기질환의 최고 권위자인 중난산(鐘南山) 공정원 원사는 7일 “긴급 사용을 위한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올 가을까지 완료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어 “현재 중국에서 임상시험 중인 백신은 6종에 달한다”며 개발 속도는 물론, 물량에서 미국에 뒤쳐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코로나19 백신을 둘러싼 양국의 장외 기싸움도 점입가경이다. 릭 스콧 미 공화당 상원의원은 7일 “중국이 우리의 백신 개발 속도를 늦추려 한다는 증거를 갖고 있다”며 견제구를 날렸다. 이에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튿날 “증거를 제시하라”면서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미중 간 다툼이 아니라 인류와 바이러스 간 전투”라고 맞받아쳤다.
미중만큼은 아니지만 주요국들도 코로나19 백신 개발의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본은 내년 6월까지 백신 생산과 배포에 13억4,000만달러(약 1조5,946억원)의 예산을 들인 상용화 시나리오를 최근 공개했다. 유럽에선 영국과 스웨덴 합작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가 코로나19 치료제 렘데시비르를 개발한 미 제약업체 길리어드 사이언스에 합병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 회사는 영국 옥스퍼드대와 공동으로 코로나19 백신도 개발하고 있으며, 현재 2단계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일 기준 이미 개발을 시작한 코로나19 백신은 최소 124개에 달한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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