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여러 투서”… 민정수석실, 넉달 감찰했지만 비위 못 찾아
감찰 대상인 윤석헌 원장 외 일상 업무 등 들여다봐 월권 논란
최근 ‘월권 논란’을 낳고 있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금융감독원 감찰 과정이 시중은행과 금융지주를 중심으로 한 금융권 투서에서 시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민정은 투서를 바탕으로 윤석헌 금감원장과 금감원 간부, 금감원의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검사 및 제재 과정 등을 4개월간 광범위하게 감찰했지만 별다른 비위를 확인하지 못했다.
특히 극히 이례적인 민정의 감찰을 두고 당시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은행의 힘을 제대로 느끼고 있다”는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금융권에서조차 “금감원을 저지하려는 은행권의 민원에 사실상 민정이 과도한 칼을 휘두른 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10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월부터 4개월 동안 이뤄진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금감원 감찰은 은행권발로 추정되는 다수 투서를 계기로 시작됐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민정에서 첩보를 입수한 게 아니라, 올해 초 금융권에서 투서가 들어가 감찰에 착수한 것”이라고 말했다.
투서는 금감원의 DLF 검사 및 제재 과정, 윤석헌 원장과 검사 지휘 간부들과 관련한 세부적 내용까지 담고 있어, 금융사 고위층이 아니면 알기 어려운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민정은 △DLF 불완전판매 사태 △우리은행의 비밀번호 도용 △하나은행 중국법인의 대규모 손실 △우리은행의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사건 등에 대한 금감원의 금융지주와 은행 관련 검사 과정을 집중 감찰했다. 윤석헌 원장과 간부들에 대한 개인 감찰도 함께 진행했다.
민정 감찰을 두고 당시 금융당국 내엔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통상 청와대 민정이 금감원을 감찰한다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고위직 관련 사안이고 감찰 전 금감원의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에 알리는 절차를 밟는다. 하지만 이번엔 △금융위 통보가 없었고 △윤석헌 원장 등 대통령 임명직 외에 일반간부가 포함됐으며 △금감원의 일상적 검사 업무까지 들여다 봐서다. 현행 대통령비서실 직제령 상, 민정의 감찰 대상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공기관ㆍ단체의 장과 임원으로 제한된다.
이런 탓에 당시 금감원 내에서는 은행권의 파워가 상당하다는 토로가 나왔다. 복수의 금감원 고위 관계자가 “이번 감찰을 보면서, 은행(금융지주)의 힘이 참 세다라는 걸 느꼈다”고 내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민정 감찰 배경에 민간 금융권의 힘이 작용하고 있음을 내비친 셈이다.
하지만 감찰 결과 특별한 문제는 파악되지 않았다. 민정은 윤 원장의 비위는 없는 것으로 파악했고, DLF 관련 검사나 제재에도 문제가 없다고 결론(본보 4일자 18면) 내렸다. 하나은행 중국법인 대규모 손실과 관련해서는 중국 현지법인이라는 특성상 확인이 쉽지 않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우리은행 비밀번호 도용 사건과 또 다른 법 위반 사건은 검사를 마치고 6개월이 지났는데도 제재하지 않고 있다고 보고, 관련 간부 2명의 향후 인사에 참고하라는 의견을 금감원에 전달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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