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말 대전 유성구에 있는 진단키트 제조업체 ‘솔젠트’ 본사에 낯선 사람이 방문했다. 김종호 삼성전자 스마트공장지원 센터장이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주문은 폭주하는데 생산량을 맞추지 못하고 있는 솔젠트의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그로부터 6주가 지난 뒤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솔젠트의 진단키트 생산량이 주당 1만1,900개에서 2만571개로 73% 가량 증가하고 용기에 이물질이 섞이는 불량률도 40% 개선된 것이다.
10일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중앙회는 대전 솔젠트에서 ‘스마트공장 현장 혁신 보고회’를 열고 이 같은 성과를 공개했다.
정부로부터 코로나19 진단키트 긴급 사용승인을 받은 솔젠트는 기술력은 있었지만 몰려드는 주문을 감당할 능력은 부족했다. 대량 생산을 위한 공정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탓이었다.
중기부는 중견ㆍ중소기업이 스마트공장을 구축하면 대기업이 30%, 정부가 30%의 구축 비용을 지원하는 ‘대중소 상생형 스마트공장 사업’을 통해 솔젠트를 포함한 4개의 진단키트 업체를 지원하기로 했다.
진단키트 업체를 도울 대기업으로는 삼성전자가 낙점됐다. 중기부가 선정한 ‘자상한기업’이기도 한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 2~3월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 대란’이 벌어졌을 때도 국내 마스크 제조업체에 신규 설비를 구축하고 노하우를 전수하는 등 ‘족집게 과외’로 생산량을 50% 이상 향상시킨 적이 있다. 자상한 기업은 대기업이 보유한 상생 프로그램, 인프라, 경영노하우를 중소기업ㆍ소상공인과 공유하는 ‘자발적 상생 협력 기업’을 뜻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달 7일부터 김종호 센터장을 비롯한 스마트공장 전문가 멘토 20여명을 솔젠트에 파견해 73개 과제를 발굴한 뒤 공정을 개선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먼저 시약 제조 공정을 분석한 뒤 물류 동선의 이동 거리를 148m에서 98m로 34% 줄였다. 또 시약 정보를 담은 바코드를 자재와 완제품에 부착하고 모바일 응용 소프트웨어(앱)를 적용해 실시간으로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재고 관리가 가능하도록 했다. 시약을 담는 큐브 용기의 독일 수입이 중단된 상황에서 용기의 전면 국산화 작업에도 착수했다. 삼성전자 휴대폰 금형을 제조하는 협력사를 통해 금형을 새로 만들고 원가도 절반 이상 낮췄다.
이런 협업 과정은 석도수ㆍ유재형 솔젠트 대표, 김종호 센터장과 협력사 대표, 임직원 등 38명이 참여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을 통해 실시간으로 공유됐다. 이들이 서로 주고받은 대화 분량만 A4용지 44쪽에 이른다.
김 센터장은 “단톡방을 통한 소통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 새삼 느꼈다”며 “서로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을 찾아 책임감을 갖고 임하고 처음 만난 직원들이 힘을 합쳐 6주 안에 결실을 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석도수 대표는 “삼성이 회사 사정에 맞는 가장 효율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줬다”며 “삼성이 달아준 날개를 전 세계에 펼쳐 K-바이오의 위상을 높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중기부는 스마트공장을 보급 중인 SD바이오센서, 코젠바이오텍 등 다른 진단키트 업체들의 보고회도 조만간 열어 성과를 확인하고 공유할 계획이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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