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 면담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심야조사, ‘한만호 위증교사 의혹’ 진정 조사까지, 최근 검찰이 수사하는 사건이나 검찰 관련 이슈들에는 빠짐없이 ‘인권감독관’이란 직책이 등장한다. 검찰 내 인권 업무를 전담하는 인권감독관이 활동반경을 넓히면서 그 존재감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아직은 보여주기식에 불과해 아쉽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10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인권감독관은 서울중앙지검을 비롯한 전국 18개 검찰청에 1명씩 배치돼 있다. 고검검사급(차장ㆍ부장검사) 중간간부가 맡는 인권감독관은 각 검찰청의 ‘인권보호담당관’ 업무를 전담한다. 이전에도 해당 청 소속 검사를 인권보호담당관으로 임명했는데, 검사 업무와 병행을 한 이들과 달리 지금의 인권감독관은 인권 업무에만 집중하고 있다.
2017년 신설된 인권감독관 제도는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검찰 인권 기능 강화 방침에 힘입어 전국으로 확대됐다. 현재는 심야조사 허가를 비롯한 기존 인권보호담당관 업무와 함께 △수사 과정의 인권침해 및 진정 사건 조사 △피해자 인권보호 △양성평등 업무 등까지 맡고 있다. 이 밖에도 언론을 상대하는 전문공보관을 겸하거나, 출국금지 조치에 대한 적정성을 총괄 점검하는 역할도 한다.
특히 지난해 9월부터 본격 시행된 구속 송치사건 피의자 면담 제도로 인권감독관의 존재감은 부쩍 높아졌다. 경찰이 피의자를 검찰에 보낼 때 담당 검사보다 인권감독관이 먼저 만나 애로사항을 점검하는 것이다. 대검이 선정한 인권보호 우수 사례도 대개 이 과정에서 나왔다. 장애를 겪는 피해자가 스스로 치료비 부담이 어렵고 피의자도 변상 능력이 없다는 점을 파악해 긴급 경제 지원을 결정한 사례가 있었다.
검찰은 실제로 순기능이 않다며 인권감독관 제도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대검 인권부 관계자는 “일선 검사들은 보강수사에도 신경을 써야 하니 인권 보호에만 집중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며 “인권 보호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지청 등 추가 배치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부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효과를 체감한 적이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법무법인 이공의 양홍석 변호사는 “특히 내부 감독 기능을 해야 할 인권감독관이 ‘검사의 시각’을 벗어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같은 청 동료 검사들의 과오를 제대로 밝혀내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차장검사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인권감독관의 대부분 업무는 원래 일선 검사가 당연히 해야 할 일들”이라며 “검찰이 인권보호기관보다는 수사기관으로 인식되는 면이 있어 생겨난 제도이겠지만 보여주기식에 그칠 우려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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