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지난달 취업자 수가 40만명 가까이 줄어들어 3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특히 제조업 취업자 감소폭이 더 확대되면서, 코로나발 고용 충격이 서비스업에서 제조업으로 점점 옮겨 붙는 모습이다. 구직조차 포기해 4월 역대 최대 규모로 증가했던 비경제활동인구가 다시 구직 활동에 나섰지만 일자리를 찾지 못하면서 지난달 실업률은 20년 만에 역대 최고치로 치솟았다.
◇3개월 연속 취업자 감소… 제조업 고용 더 줄어
10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2,693만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9만2,000명(1.4%) 감소했다.
47만6,000명이 줄었던 4월에 비해선 감소폭이 축소됐지만 지난 3월부터 3개월 연속 취업자가 전년 대비 줄어든 것이다. 세 달 연속 취업자가 감소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10월~2010년 1월(4개월) 이후 10년여 만에 처음이다. 15세 이상 고용률은 60.2%로 1.3%포인트 하락했다.
산업별로는 제조업 고용 충격이 날로 커지고 있다.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5만7,000명 줄어들어 3월(-2만3,000명)과 4월(-4만4,000명)에 이어 감소폭을 더 키웠다. 통계청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수출입이 크게 위축돼 자동차, 트레일러 제조업을 중심으로 일자리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도소매업 취업자도 18만9,000명 감소해 4월보다 일자리 상황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대면 접촉이 많은 숙박ㆍ음식점업(-18만3,000명), 교육 서비스업(-7만명) 취업자는 ‘생활 속 거리두기’ 전환에 따라 4월보다 감소폭이 축소됐다.
청년층과 취약계층의 고용 쇼크는 5월에도 이어졌다. 지난달 15~29세 취업자는 18만3,000명이나 감소했고, 특히 20대의 경우 고용률 하락폭(-2.4%포인트)이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컸다.
지난달 취업자가 늘고 고용률이 상승한 연령대는 60세 이상뿐이다. 종사상 지위별로는 임시근로자가 50만1,000명이나 감소했으며, 일용근로자(-15만2,000명),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20만명)도 크게 줄었다.
취업자로 분류됐지만 1주일에 1시간도 일하지 않은 ‘일시휴직자’는 102만명으로 68만5,000명 늘었다. 3월(+160만7,000명)과 4월(+113만명)보다 증가폭이 줄었지만 여전히 일을 못하고 있는 취업자가 100만명 넘게 있는 것이다.
정동욱 통계청 고용동향과장은 “생활 속 거리두기 전환으로 기존에 중단됐던 노인 일자리 사업 중 절반 이상이 재개된 영향이 크고, 민간 부문에선 교육 서비스업 등에서 일시휴직자 증가폭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실업률 4.5%... 5월 기준 역대 최고
코로나 고용 충격은 실업률에서도 감지됐다. 지난달 실업자는 127만8,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3만3,000명 증가했다. 이는 통계 기준을 변경한 1999년 이후 5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실업률 역시 0.5%포인트 상승한 4.5%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용률과 실업률이 동시에 떨어졌던 올해 3, 4월과는 다른 양상이다.
이는 구직 자체를 단념하고 있던 사람들이 기업의 채용 재개 등에 따라 대규모로 고용 시장에 나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구직 활동을 아예 하지 않으면 고용통계에서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실업률에 잡히지 않는다.
실제 4월 83만1,000명이나 늘었던 비경제활동인구는 지난달 55만5,000명 증가에 그쳤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코로나19 시대의 실업률 상승은 ‘일자리를 구하려는 의지와 여건’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정부는 4월보다 취업자 수 감소폭이 줄어든 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지난달과 비교하면 감소폭이 줄어들었다”면서 “4월과 비교하면 5월의 고용상황이 개선되었다는 뜻”이라고 평가했다. 김용범 차관도 “코로나19의 ‘1차 고용시장 충격’에서 서서히 벗어나기 시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미 2차 고용 충격의 전조가 나타났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제조업은 음식ㆍ숙박업 등에 비해 시설 투자 규모가 크기 때문에 더 오랜 시간에 걸쳐 고용 충격이 발생한다”면서 “당장 제조업 취업자 감소폭이 (서비스업에 비해) 작은 것 같아도 세계경기 침체로 공장들이 문을 닫으면 더 큰 고용충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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