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지주 부문 임직원 중 상당수를 계열사로 보내는 인사 이동을 단행한다. 지주 부문을 슬림화해 운영 효율화를 꾀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이달 20일쯤 지주사 임직원 180명 중 절반 가량을 계열사로 재배치한다. 이들 대부분은 계열사에서 파견 형식으로 나온 인력으로, 다시 원 소속 회사로 복귀하는 셈이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이동에 대해 “이미 몇 년 전부터 지주사 인력을 현업으로 배치해오고 있었다”며 “다만 이번에는 변수가 커지면서 현업으로 전진배치되는 인력 규모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지주사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계열사로 이관하는 작업의 일부로 인사 이동이 이뤄지는 것으로, 구체적인 인원수는 예측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가 말한 ‘변수’는 두산중공업의 경영 악화에 따른 정부의 자금 지원 조건으로 진행하고 있는 3조원 규모 자구안 이행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통상 지주사는 각 계열사를 통합해 그룹의 전략을 짜는 조직이다. 따라서 사업을 확장하거나 신사업에 활발하게 진출하는 경우 계열사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컨트롤타워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반면, 현재 두산그룹처럼 계열사 매각을 통해 조직의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전략 조직은 기능이 축소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슬림화를 통해 효율적 운영이 더 적합하다는 것.
하지만 이번 인사 이동이 구조조정의 신호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업계 일각에서는 계열사로 인력을 재배치한 후 각 계열사에서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지주사의 인력을 계열사로 돌려보낸다는 건 그만큼 두산그룹의 현재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라며 “하지만 회사의 상황이 좋지 않을 때 스탭 인력을 현장으로 재배치해 조금이라도 효율적으로 인력을 운영하려는 건 당연한 조치”라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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