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무부가 ‘친권자(부모) 징계권’을 정한 민법 조항의 삭제를 추진한다. 잇따르는 아동 학대 사건을 계기로 부모가 더는 자녀에게 체벌을 가하지 못하도록 법에 명시하려는 것이다.
민법 915조는 ‘친권자는 그 자(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조항은 1960년에 만들어졌으나 한 번도 개정되지 않았다. 그간 자녀 양육관 변화와 아동 인권보호 의식 증대로 아동 학대 사건이 터질 때마다 폐지 주장이 거셌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부모 훈육까지 국가가 제한하는 건 과도하다”는 유교적 문화, “아동학대처벌법으로 처벌이 가능하다”는 무용론에 가로막혔기 때문이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법무부, 여성가족부가 합동으로 민법 개정 추진 등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발표했지만 법 개정안 발의로 이어지진 못했다. 법 개정 방향이 자녀 일탈 행위에 대한 징계권 인정 쪽으로 흘러가는 바람에 아동 전문가들의 반발이 거셌다. 이후 지난달 법무부 산하 ‘포용적 가족문화를 위한 법제개선위원회’가 정부에 징계권 삭제와 체벌 금지 규정을 권고하면서 개정안 추진으로 이어지게 됐다.
친권자 징계권은 부모의 자녀 체벌을 허용하는 것으로 오인될 수 있어 유엔아동권리위원회도 삭제를 권고해 온 조항이다. 폐지만으로도 부모가 자녀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건 명백한 범죄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상징적 효과가 크다. 복지부에 따르면 2014∼2018년 5년간 학대로 목숨을 잃은 아동이 무려 132명에 달했고, 가해자의 77%가 부모였다. 친권자 징계권 삭제 논란이 미해결 상태로 계속되고 대책 마련이 지지부진한 사이 자녀를 독립된 인격체가 아닌 부모 소유물로 보는 행태가 이어지면서 아동 학대 피해만 갈수록 확대돼 온 것이다. 최근에는 7시간 동안 동거남 아들을 여행용 가방에 가둬 숨지게 한 사건까지 발생해 국민적 공분을 샀다.
이제는 자녀 훈육이라는 미명하에 이뤄지는 상습 아동 학대를 근절할 때가 됐다. 무고한 아이들이 부모의 폭력에 짧은 생을 마감하는 비극이 더는 없도록 최소한의 법적 조치에 나서는 것은 우리 사회의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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