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안 입법 예고]
손자회사 일감 몰아주기 견제ㆍ소액주주의 경영 감독권 등 골자
감사위원 분리 선임제도 도입해 대주주 의결권 견제 기능도 강화
文대통령, 올해 신년사에서도 언급, 임기 내 ‘기업 지배구조’ 개선 의지
법무부가 다중대표소송제 등이 포함된 상법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공정경제를 공약으로 제시한 데 이어 올해 신년사에서도 상법 개정을 언급했다. 20대 국회에서 폐기됐던 상법 개정 작업을 또다시 꺼내 든 것은 임기 내 기업 지배구조를 바로 잡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법무부가 11일 입법 예고하는 상법 개정안의 핵심은 다중대표소송제.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경영진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다중대표소송제는 주주가 본인이 속한 회사 경영진을 상대로 제기하는 기존 대표소송과 달리 모회사와 자회사, 손자회사 등 관련 회사가 3개 이상일 때만 적용할 수 있다. 명한석 법무부 상사법무과장은 “대표소송만으로는 기업들이 불법승계작업의 일환으로 자회사를 설립해 일감을 몰아주고 이를 통해 주주들에게 손해 끼치는 부분을 규제할 수 없다”며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제도 도입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지만 법무부는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다중대표소송제가 자회사의 독립성을 침해할 가능성에 대해 명 과장은 “다중대표소송은 모회사가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지 않는 경우를 위한 보충적 수단일 뿐, 자회사 경영 개입수단이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남소 문제에 대해서는 “소송에서 이긴다 해도 손해배상금은 회사에 귀속된다”며 “소송을 통해 주주가 얻을 수 있는 건 회사 손해 복구를 통한 주가상승 등의 간접이익밖에 없어 소송건수 자체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손해배상금이 회사에 귀속되는 대표소송의 경우, 매년 제기되는 소송이 1건에서 많아야 3건에 그친다.
개정안의 또 다른 주요 내용 중 하나인 감사위원회 분리 선출은 감사위원 중 ‘1명 이상’을 이사 선출단계에서부터 다른 이사와 분리해 별도로 선출하도록 한 것이다. 이때 감사위원 선출에 대주주의 의결권은 3%로 제한된다. 현재는 모든 이사를 일괄적으로 선출한 뒤 이들 중 감사위원을 선임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대주주 의결권 제한 규정이 사문화됐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은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3년 한 차례 입법예고 했으나 재계 반발에 부딪혀 개정 추진이 철회됐다. 당시 감사위원 분리 선출 입법예고안에는 ‘1명 이상’과 같은 규정이 따로 없어 사실상 감사위원회 전원을 분리 선출 대상으로 해 경영권 침해가 지나치다는 지적을 받았다. 법무부는 박상기 장관 시절 재계의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해 분리선출 명수를 ‘1명 이상’으로 제한하는 방향으로 절충안을 마련했다. 금융사에 적용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을 참고한 것으로, 해당 법은 감사위원회를 3명 이상으로 구성하되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1명 이상은 다른 이사와 분리해 선임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상법 개정안 방향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구조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우리나라 특성상 대주주의 이해관계로 인해 다른 주주들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종종 발생할 수 있다”며 상법개정안의 긍정적 효과를 기대했다. 참여연대 공익인권법센터 전 소장인 양홍석 변호사 또한 “오랜 논의를 거쳐왔고, 일부 반발이 있더라도 충분히 도입될 수 있는 제도들이라 생각한다”며 “특히 감사위원 분리선출 등은 불명확한 부분을 정리하는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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