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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더위

입력
2020.06.10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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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곳곳에 폭염주의보가 발효되는 등 한여름 같은 날씨가 이어지는 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인근 도로가 지열로 인해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곳곳에 폭염주의보가 발효되는 등 한여름 같은 날씨가 이어지는 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인근 도로가 지열로 인해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방역 마스크를 쓰고 섭씨 30도가 넘는 거리를 걷다 보면 ‘살인 더위’라는 표현을 절감하게 된다.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더웠던 5월을 견뎌냈지만, 국제 기상기구들은 올여름 더위의 예고편에 불과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해양대기청(NOAA)은 “올해가 기후 관측 역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될 가능성이 74.7%, 가장 더운 5개 연도에 포함될 가능성은 99.9%”라고 밝혔다. 우리 기상청도 올여름 폭염일수 20~25일, 열대야 일수 12~17일로, 지난해 여름보다 더 더울 것이라고 예보했다.

□ 지구 온난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더위로 인한 사망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통계를 보면 199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간 전 세계 폭염 사망자는 16만6,000명이다. 그런데 작년 여름 폭염 사망자는 유럽에서만 3만~7만명에 달한다. 우리나라 사상 두 번째 더위로 기록된 2018년 폭염 사망자는 160명으로, 고령화 추세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살인 더위’는 더 이상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 에어컨을 켜고 여름을 보낼 수 있는 사람들은 이런 수치가 ‘강 건너 불구경’처럼 느껴질지 모른다. 하지만 인간이 살 수 없는 더운 지역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고, 점점 우리 곁으로 다가온다. 지구 온난화가 바닷물 증발을 촉진해 습도가 높은 날이 점점 늘고 있는데, 습도가 높아질수록 인간이 견딜 수 있는 기온은 낮아진다. 땀 증발이 어려워 체온을 원활히 낮출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한 온도가 ‘습구(濕球ㆍwet-bulb) 온도’인데, 습구 온도 31도를 넘으면 위험 지역으로 분류되고, 35도를 넘으면 건강한 사람도 몇 시간 이상 생존하기 어렵다. 국내에서는 인천 군산 서산 등지에서 습구 온도가 30도를 넘어선 적이 있다.

□ 거주가 힘들어 고향을 떠나야 하는 ‘기후 난민’이 우리나라에서는 등장하지 않을 거라고 안심하기 힘들어졌다. 상황이 급박한데도 정부가 준비 중인 ‘그린 뉴딜’ 계획에는 이에 대한 긴장감을 찾아 볼 수 없다. 노후 경유차를 전기차나 LNG차로 교체하는 정도로는 국제사회가 목표로 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이 어림도 없다. 부담되더라도 ‘온실가스 제로’ 목표 시한을 분명히 하고, 그에 맞춰 배출량을 줄여나가는 단계적 액션플랜을 구체화해 기업과 국민들의 지속적 참여를 이끌어야 할 것이다.

정영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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