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불가피한 확진자의 동선 공개 등 사생활 침해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 개발돼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스마트폰 블랙박스를 기반으로 한 ‘코로나19 감염 확산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연구진은 코로나19 확진자 이동 경로를 공개하는 과정에서 불거지는 사생활 침해 논란에 주목해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연구진은 스마트폰에 내장된 위치정보시스템(GPS), 와이파이ㆍ블루투스ㆍ관성 센서 신호를 주기적으로 수집해 기록하는 ‘스마트폰 블랙박스’를 개발했다. 여기에 담긴 이동 경로에서 나오는 신호를 수집해 일반 개개인의 동선과 겹치는지를 알려주는 게 이 시스템의 핵심 기능이다.
연구진은 업소 상호는 공개하지 않고, ‘신호 정보’만 알려주는 만큼 확진자의 사생활도 보호하고, 업소 피해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지방자치단체 홈페이지나 재난안전문자를 통해 확진자의 동선을 확인할 필요 없이 앱만 구동하면 간단히 동선 중복 여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학조사관이 코로나19 확진자의 스마트폰 블랙박스에 기록된 신호만 가지고 이동경로를 손쉽게 파악해 방역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 시스템을 격리자 관리에 적용하면 GPS 신호가 가지 않는 건물 내부에서의 격리공간 이탈 여부도 알 수 있다. 수집된 신호 정보는 2주 후 자동 폐기된다.
이 시스템은 한동수 교수 연구팀이 앞서 개발한 실내 위치 인식 시스템을 바탕으로 개발됐다. 연구팀은 현재 안드로이드 기반 앱을 출시해 시범 서비스를 하고 있다.
한 교수는 “현재 시중에 사용되고 있는 30여종의 스마트폰에 개발한 시스템을 이식해 테스트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성철 KAIST 총장은 “의료진과 방역 등의 분야 종사자들의 수고와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고, 사생활 침해 논란 없이 신속한 역학조사가 가능해 ‘K-방역’의 우수성을 다시 한 번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의미 부여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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