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계는 2020년을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라 부른다. 하지만 베토벤만 있는 건 아니다. 탄생 210주년, 160주년을 맞은 로베르트 슈만과 구스타프 말러도 있다. 그 슈만과 말러의 무대가 코로나19를 뚫고 온다.
피아니스트 출신 슈만은 서정적인 피아노곡으로 유명하다. 첫 주자는 손열음이다. 23ㆍ24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크라이슬레리아나(16번)’와 ‘판타지(C장조 17번)’ 등 4곡을 연주한다. 손열음이 꼽은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의 가장 좋아하는 곡들이다. 연인인 클라라와의 사랑과 좌절이 담겨 있다. 4년만의, 최애곡으로 구성된 무대라 완성도에 대한 기대가 높다.
가을엔 ‘백건우의 슈만’이 기다리고 있다. 백건우는 한 해에 한 작곡가 작품에만 집중하는 편인데, 올해가 슈만이다. 10월11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아베크 변주곡(1번)’부터 ‘새벽의 노래(133번)’까지 11개 곡을 연주한다. 가장 어렵다는 ‘토카타 7번’ 등이 포함했다. 백건우는 알츠하이머 투병 중인 아내 윤정희에 대한 한결 같은 사랑으로 유명하다. 슈만과 클라라의 애틋함을 떠올리게 한다.
작곡가 말러는 일명 ‘말러리안’이라 불리는 탄탄한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기에 공연이 끊이지 않는다. 시작은 서울시립교향악단이다. 18일부터 이틀간 서울 신천동 롯데콘서트홀에서 교향곡 4번을 연주한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도 다음달 17일, 11월 13일 예술의전당에서 교향곡 4번, 3번을 무대에 올린다. 다음달 24일 롯데콘서트홀에선 악단 ‘말러리안’의 교향곡 9번,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11월 27일 교향곡 8번 무대도 관심을 끈다.
변수는 코로나19다. 말러의 곡은 편성 규모가 크고 연주 시간이 길어 코로나19와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는다. 실제 서울시향은 말러의 교향곡 가운데 그나마 간단한 편에 속한다는 4번을 14명 규모의 실내악 버전으로 축소해 선보일 예정이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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