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갑룡 경찰청장 “권력 남용 성찰 토대로 뼈 깎는 개혁”
경찰관이 직무집행 과정에서 인권을 우선시하고 인권을 침해할 만한 상부 지시를 거부할 수 있는 훈령이 제정됐다.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등 과거 경찰력 행사 과정에서 발생한 인권 침해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경찰청이 10일 발표한 ‘경찰관 인권행동강령’ 10개 조항 중 ‘경찰관은 국민이 국가의 주인임을 명심하고 모든 사람의 인권과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고 보호할 책임이 있다’는 게 제1조다. 경찰권 행사는 최소 한도로 이뤄져야 하고 신체적ㆍ정신적 가혹행위를 용인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도 담겼다.
행동강령에는 상부에서 인권침해 행위를 지시하거나 강요했을 경우 이를 거부해야 한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부당 지시를 받은 경찰관은 법령이 정한 절차에 따라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이를 이유로 불이익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점도 명문화됐다.
이밖에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를 차별해선 안 되고, 경찰관이 직무 수행 과정에서 취득한 개인정보나 사생활 비밀을 보호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위반 시 국가인권위원회 조사나 손해배상 등 불이익의 기준이 될 수 있다”며 “내부 교육을 진행하고 시민 공모 등을 통해 행동강령을 널리 전파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2017년 경찰개혁위원회 권고를 토대로 인권행동강령 제정에 착수했다. 2015년 경찰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숨진 백남기씨 사건 외에도 용산 화재 참사, 밀양 송전탑 건설 등 경찰이 개입해 시민의 인권이 침해된 사건이 적지 않았던 탓이다. 경찰청은 외부 자문을 거쳐 개별 규칙이었던 인권 규정을 체계화하는 형태로 권고 2년 만에 인권행동강령을 완성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에서 열린 인권행동강령 선포식에서 “경찰은 권력을 남용하고 국민 마음에 생채기를 남기기도 했지만 과오에 대한 진정 어린 성찰과 뼈를 깎는 개혁 노력을 경주해 왔다”고 밝혔다. 또 “인권이 뒷받침되지 않는 안전은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다”면서 “인권행동강령이 공허한 선언에 머물지 않도록 조항 하나하나를 가슴에 새기겠다”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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