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저지주(州)에서 과속 단속을 하던 경찰이 비무장 흑인 남성에게 총격을 가해 숨지게 한 사건을 담은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됐다.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숨지면서 촉발한 미 전역의 대규모 시위에 또 다른 기폭제가 될지 주목된다.
9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뉴저지주 검찰이 공개한 영상 속 흑인 모리스 고든(28)은 지난달 23일 오전 6시 30분쯤 가든 스테이트 파크웨이에서 시속 110마일(약 180㎞)로 달린 과속 혐의로 교통경찰 랜드 웨첼에 붙잡혔다. 웨첼이 고든의 차량을 갓길에 세우게 한 후 고든 차량의 문제 발생으로 견인차를 호출했고 고든은 경찰차에서 대기하게 됐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약 20분쯤 경찰차에 있던 고든이 갑자기 차에서 내린 후 웨첼과 몸싸움을 벌였고 결국 6발의 총에 맞아 쓰러졌다.
검찰 조사에서 웨첼은 고든이 경찰차 운전석에 타려고 해 제지하다 벌어진 일이라고 진술했다. 후추 스프레이를 쓰려다 제압이 잘 되지 않아 총을 쏘게 된 정당방위라는 주장이다. 영상 속에도 웨첼이 반복적으로 “차량으로 돌아가라”고 말했고 경찰차 뒤편에서 두 명이 서로 뒤엉켜 싸우는 장면이 잡혔다.
하지만 고든 유족 측은 교통 단속 과정에서 총기 사용까지 필요한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유족 측 변호인은 일간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사법 당국이 경찰관의 행동을 변호하기 위한 이야기만 하는 것 같다”고 불신을 나타냈다. 현재 경찰관 웨첼은 유급 휴가 중이다.
한편 필 머피 뉴저지 주지사는 이번 사건과 관련 일반시민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이 참여하는 대배심 제도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머피 주지사는 “경찰은 그들이 봉사하는 사람들을 보호할 책임이 있으며, 일이 잘못될 경우 높은 수준의 책임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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